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습을 막아낼 요격 미사일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까지 방공망이 뚫리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벙커를 갖춘 왕궁 시설로 활동 범위를 좁히고 공개석상에서도 모습을 감췄다.
막대한 군사비를 쏟아부으며 중동의 군사강국을 자처해 온 사우디가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 앞에서 사실상 방어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사우디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후티의 연쇄 공격으로 사우디가 보유한 요격 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추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에도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도 공항까지 방공망 뚫려… 왕세자도 사실상 피신
지난 10일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는 후티가 발사한 탄도미사일 최소 1발이 사우디 방공망을 뚫고 떨어졌다. 이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310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당국은 여러 발의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지만, 핵심 국가시설인 국제공항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군 당국이 추가 공격에 대비해야 할 요격 미사일 부족을 호소하면서 사우디의 방공망이 장기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신변 보호도 한층 강화됐다.
WSJ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벙커가 설치된 왕궁 내부 시설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지난 6일 헌혈 행사 참석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왕세자가 공식적으로 대피했다는 발표는 없지만, 후티의 미사일 위협으로 사실상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방호시설 안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는 남은 요격 미사일을 수도 리야드와 주요 석유시설 방어에 집중 배치하는 한편, 파키스탄 등 우방국에 긴급 방공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방국에 요격 미사일 지원 요청… 전면전도 부담
사우디가 후티의 미사일 공격에 취약해진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과 막대한 방공무기 소모가 있다.
후티는 최근 리야드 국제공항뿐 아니라 석유시설과 송유관 등을 공격하면서 사우디의 핵심 경제 기반시설을 집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CNN은 리야드 국제공항이 일주일 사이 세 차례 공격받았으며, 10일 공격 당시에는 사전 경보조차 제대로 발령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고 전투기를 동원해 후티에 반격하고 있지만, 지상군을 직접 투입하는 전면전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후티와의 전면전은 막대한 전쟁 비용과 추가 보복 공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후티의 공습을 막지 못하면 사우디의 방공 능력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빈 살만의 경제개혁도 위기
미사일 부족 사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에도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미래도시 네옴시티 건설과 관광산업 육성, 인공지능 산업 투자 등 수조 달러 규모의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제공항마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방공무기 확충과 군사비 지출까지 늘어나면서 초대형 개발사업에 투입할 재원도 압박받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후티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무기 확보와 경제개혁 자금 마련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중동 최대 산유국의 실권자가 방호시설에 머무르는 상황은 사우디가 직면한 안보 위기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