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510억 달러(약 68조 원)의 전쟁 배상금과 자신들의 통치권에 대한 공식 인정을 요구하며 적대행위 중단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협상 내용을 보고받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후티 측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건을 문의하자 이 같은 요구를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후티는 사우디가 지난 10여 년간 예멘에서 실시한 공습과 장기간의 봉쇄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상금 규모는 이후 협의 과정에서 달라졌지만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후티는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사우디가 자신들을 예멘의 합법적인 통치 세력으로 공식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사우디가 지원해 온 예멘의 국제사회 공인 정부 대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의 통치권을 사실상 수용하라는 의미다.
이번 요구는 후티가 최근 홍해에서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하고 세계 주요 해상 교역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한 이후 나왔다.
후티는 사우디 석유시설과 민간공항에 대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다. 분쟁 감시단체 ACLED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영토에서 보고된 후티 공격 사건만 26건에 달한다.
전선에서도 후티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군은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의 거점인 항구도시 아덴에서 약 50마일 떨어진 지역까지 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티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상군을 추가 투입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와 국내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우디가 군사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동맹국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반후티 군사작전에서 철수했으며 파키스탄은 예멘 내 공격작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 역시 현재까지 후티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거액의 배상금과 정치적 승인을 제공할 경우 후티가 향후 추가적인 군사 압박을 통해 새로운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후티의 요구가 실제 종전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와 후티 지도부는 이번 협상 조건에 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