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온갖 굵직한 전쟁터를 누볐다는 ‘미국 전쟁 영웅’의 정체는 불명예 제대한 일등병이었다.
24일 뉴욕포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기금을 모으고 있던 코네티컷주 출신 제임스 바스케스(48)가 자신의 경력을 과도하게 부풀려 왔다고 보도했다. 제임스는 자신이 쿠웨이트 전선에 부사관으로 투입됐으며 9.11 테러 이후엔 이라크 전선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제임스는 자신이 ‘미국의 전쟁 영웅’이라고 주장하며 적극적인 모금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후 ‘어째서 전투 부대가 아니라 후방 보급 부대에서 쫓겨났는지’ 해명하는 와중 군 경력 진위 논란이 불거졌다.
제임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미국 국방부는 그가 쿠웨이트나 이라크 전선에 배치된 적이 없으며, 전문 전투 테스트를 거친 부사관이 아니라 미군 내에서 세 번째로 낮은 계급인 일등병(E-3)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임스는 정체가 들통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비활성화한 뒤 잠적했다. 그는 그동안 가족에게조차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제임스의 아내 티나 바스케스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남편을 믿었다. 남편이 말해 주던 전쟁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고, 그가 견뎌야 했던 참상이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바스케스 부부는 이온 절차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군 경력 위조 사실이 밝혀졌지만 몇몇 주변인들은 제임스를 옹호하고 나섰다. 제임스의 도움으로 100만 달러 이상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금을 성공적으로 조성한 자선 단체 ‘리플리의 영웅들’의 대표 헌터 롤링스는 “우리는 제임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가 앞으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일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광범위한 협력을 이어온 언론매체 MSNBC 소속 맬컴 낸스 역시 “제임스는 가짜가 아니었다”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낸스는 이어 “제임스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왔다. 그가 이루어 낸 업적은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제임스는 군 경력 논란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해 미국에서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