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잠룡으로 평가되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내에서 경쟁할 예정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우리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이끌기 위해 대통령직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이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서류도 제출했다.
올해로 44세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현재까지 공화당 내 2024년 대선 주자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힌다. 그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견제도 받고 있다.
그는 당초 이날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와의 스페이스 대담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대담에 한 발 앞서 공개한 영상을 통해 출마 의지를 공식화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강한 보수주의 성향을 지닌 만큼 “우리 국경은 재앙이다”는 말로 1분14초 분량의 영상을 시작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이어왔고, 최근에는 플로리다 주방위군 병력을 텍사스 국경에 파견하기도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진실은 우리의 기초가 돼야 하고, 상식은 더이상 드문 미덕이 아닐 수 있다. 플로리다에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증명했다”며 주지사 시절 업적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렴움을 넘어 진실을 선택했다”며 “우리는 우리가 다시 미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승리를 이끌고 강화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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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am DeSantis (@TeamDeSantis) May 24, 2023
‘디샌티스 지지’ 머스크 후방지원…바이든 정부 비판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어 예고대로 머스크와의 트위터 대담에 나섰는데, 청취자가 대거 몰리면서 기술 결함이 발생해 방송이 다소 지연됐다.
가까스로 실시간으로 마이크를 잡은 디샌티스 주지사는 “미국의 쇠퇴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다”며 “우리는 새로운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그 길은 미국이 다시 살아 숨쉬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미국의 재건이라는 출마 선언을 재차 언급한 뒤 “지금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뼈로 느끼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 등을 비판했다. 다만 당장의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내 약속은 이것이다. 만약 나를 지지해준다면, 2025년 1월20일 국회의사당 서쪽에서 나는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서를 할 것이다”며 “실패하지 않고 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대담은 머스크와 페이팔 임원 출신의 데이비드 삭스가 진행하고 작가와 대학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다음 대선에서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당시 “차기 대통령은 좀 더 분별있고 중도적인 성향의 인물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에 기대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실망 뿐”이라고 했다.
이날 트위터 생방송에는 머스크를 앞세워 실시간으로 전세계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자신을 알린다는 계획대로 최소 수십만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연방하원의원 거쳐 주지사 연임…보수정책으로 유명
드샌티스 주지사는 미 플로리다주 잭슨빌 출신으로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해군에 장교로 입대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등에서 복무했고, 2007년에는 이라크에 파병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법률고문을 맡기도 했다.
2012년 플로리다주 연방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입성했고, 2014년과 2016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공화당 내에서 입지를 다졌다. 당내 강경파로 꼽히는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멤버로 알려져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로 출마, 민주당의 앤드류 길럼 후보를 3만여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해 주지사 선거에서는 찰리 크리스트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 연임에 성공했고, 대권 도전 가능성이 점차 제기됐다.
지난 4월에는 일본, 한국, 이스라엘, 영국 순방에 나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 등을 연이어 만났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이 우세한 플로리다주 의회를 토대로 보수적인 정책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종문제나 성차별에 대한 학교 교육을 제한하고 성전환 여성과 여학생들의 학교 스포츠 선수 입단을 금지했다. 흑인 유권자들에게 유리한 지방선거 규칙을 변경하고, 중국인의 플로리다 부동산 구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공화당 대권 경쟁 본격화…트럼프 “출마선언 재앙” 견제
디샌티스 주지사의 출마 공식 선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등과의 대권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AP통신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출마 공식 선언 도구로) 트위터 저녁 방송을 선택하면서 TV 출연 사업가에서 스타 정치인으로 변신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참고하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트위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애용해온 미디어 플랫폼이다. 다만 퇴임 이후 계정이 정지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 소셜미디어 채널인 ‘트루스소셜’을 사용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트위터 출마선언은 재앙이다. 전체 선거 캠페인도 재앙이 될테니 지켜보라”고 직격했다.
디샌티스 측은 실시간으로 100만명 이상이 출마 선언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위터 대담 이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청취자가 엄청 많았다”며 “트위터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할 만큼 컸고, 그것이 트위터 스페이스를 멈추게했다. 열정에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는 현재 10명에 가까운 인물이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한 인물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팀 스콧 상원의원 등이다.
이 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최근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준비하는 등 대선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에이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지지도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스뉴스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경선 지지도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3%를 기록했고, 디샌티스 주지사는 20%에 그쳤다. 펜스 전 부통령이 5%, 헤일리 전 대사와 라마스와미가 각각 4%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