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성 소수자들의 활동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병역기피용 성전환 수술이 금지되고, 성별 변경 등록도 불가능하게 된다.
14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 등은 러시아 하원 국가두마가 성전환 수술 금지와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성별 변경 등록을 금지하는 법안을 365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에는 “사람이 타고난 성별이 아닌 1차·2차 성징을 인위적으로 형성하기 위한 의료적 개입을 일체 불허하며,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국가 문서상 자신의 성별을 특정 성별로 표기하도록 신청할 경우 일체 불허용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어린이가 타고난 기형 등의 문제로 성전환 관련 수술을 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해당 법안은 상원 표결을 거쳐 통과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확정, 발효된다.
이번 법안 표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15개월간 러시아 내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탄압이 심화됐다. 법안 표결과 관련해 러시아 의원들이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국가에 트랜스젠더 증명서로 성별을 바꾸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트르 톨스토이 통합러시아당 의원은 “(이 법안은) 서구의 반가족적 이데올로기 침투를 막기 위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명예를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러시아가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치가들은 서구의 젠더와 성적 자유에 관한 자유주의적 가치를 러시아의 전통적인 정신적 가치를 위협하는 침략적 이데올로기로 자주 묘사했다.
바체슬라브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 의장은 “이러한 사이비 가치관을 조장하는 미국에서는 이미 청소년 중 트랜스젠더 비율이 성인보다 3배나 높다. 이것은 선전의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푸틴은 모든 연령대에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에 서명해 이성애가 아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사실상 불법화했다. 해당 법안을 위반할 때 최대 40만루블(약 6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며, 언론인 등에게는 더 엄중한 처벌이 주어진다.
인권 운동가들은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성전환 수술이 불법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