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미국으로 망명한 고위 정보요원을 암살하려다 미국 당국에 적발돼 실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뉴욕타임스(NYT)는 2020년 미 중앙정보국(CIA)에 핵심 정보를 넘긴 뒤 미국으로 망명한 알렉산드르 포테예프를 암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표적이 된 포테예프는 전 러시아 정보 장교로 2010년 미국 내 비밀 스파이망을 구축하려는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의 계획을 미 정보 당국에 알린 인물이다.
연방수사국(FBI)은 1년간의 수사 끝에 미 동부 연안의 도시와 교외에 살며 평범한 이민자로 행세한 러시아 스파이 11명을 체포했다.
미국은 이들 가운데 10명을 러시아로 추방하는 대신 러시아에서 복역 중인 4명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석방된 인사들 중에는 러시아군 정보당국에서 대령으로 복무하면서 영국의 이중 스파이로 활동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도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는 2018년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이용해 스크리팔 모녀 암살을 시도했다.
이후 러시아는 2020년 미국으로 망명한 포테예프도 노렸다.
CIA의 보호를 받으며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거주하던 포테예프가 러시아의 정보망에 포착된 것은 2018년이다.
포테예프는 그해 낚시 면허를 취득했고 공화당원으로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실명으로 투표자 등록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러시아는 정보 수집을 위해 러시아 유학생 출신 멕시코 과학자 헥터 알레한드로 카브레라 푸엔테스를 마이애미로 보냈다.
푸엔테스가 러시아에 협력한 것은 러시아 정보 당국이 그의 부인과 자녀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의 부인과 두 명의 딸은 2019년 독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러시아 당국의 불허로 갈 수 없었던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푸엔테스에게 암살 대상인 포테예프가 거주하는 마이매이 아파트 단지에 타인 명의로 주택을 임대하고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포테예프 차량 번호판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푸엔테스는 포테예프 자동차 번호판을 촬영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아파트 안전 요원들에게 제지당했고, 이틀 후 멕시코로 출국하려다 공항 출국심사대에서 체포됐다.
미국은 포테예프 암살 계획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21년 4월 러시아 대외정보국 책임자를 포함해 10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러시아도 CIA 책임자 등 10명의 미국의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발표하면서 “외국의 세력이 처벌 없이 우리의 민주적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과 러시아의 CIA 책임자였던 마크 폴리머로풀로스는 “푸틴에게 레드 라인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며 “그는 반역자들을 모두 죽이기를 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