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에서 이틀 동안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끝나는 29일 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정상들은 푸틴이 폐막연설에서 제공하겠다는 무상곡물 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요구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30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틀간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주요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흑해곡물협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로부터 순조롭게 곡물이 흘러들어오는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폐막 연설에서 상업적 곡물과 함께 아프리카에 대한 무상 곡물 제공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개막 첫 날 제안한 것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푸틴은 흑해 곡물협정이 이 달 초 종료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아 러시아 회사들이 많은 수익을 올렸는데 이 수입을 “세계 최빈국들”과 나누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몇 달 안에 최대 5만t의 곡물을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등에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연합(AU)은 “러시아의 곡물 공급도 중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휴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아프리카연합(AU) 54개 회원국 중 49개국이 참여했지만 그러나 국가 수반은 17명만 참석해 2019년 첫 회의 때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아프리카의 13억 인구를 동맹으로 만들려는 푸틴의 노력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이번 회의에서 아프리카가 세계의 떠오르는 새로운 권력이라고 치켜 세우면서 일부 국가들이 불참한 것은 서구의 무도한 압박 때문이라고 책임을 미국과 나토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집트와 남아공 대통령들은 이번 회의에서 흑해 곡물 협정의 재개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요구했으며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 곡물)기부를 해 달라고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다”라고 푸틴에게 반박했다.
무사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 회장은 “이번 전쟁은 반드시 끝내야 하며 반드시 정의와 이성을 근거로 끝을 내야 한다”고 말하고 “이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 공급의 차질도 당장 끝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세계 전체를 위한 이익이며 특히 아프리카인들을 위한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앞으로 아프리카 정상들의 평화제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우크라이나 평화안은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푸틴은 이들에게 “왜 우리에게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느냐? 우리가 지금 공격을 받고 있어서 우리는 전쟁을 끝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평화회담의 다음 수순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8월에 개최하는 종전 정상회담으로 넘겨졌다. 사우디는 이 회담에 러시아는 초대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엔 내에서 최대의 투표수를 가진 집단이지만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결의안에 투표할 때에는 어느 지역보다도 첨예하게 찬반이 엇갈렸다.
반면에 상트페테르부르에서 열린 회담은 무기 전시회처럼 열려 아프리카 대륙에 가장 많은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의 위상을 과시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연합 위원회는 그런 평화회담들에서 더 구체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마하마트 회장은 ” 러시아와 아프리카 사이의 무역 불균형도 러시아 쪽에만 이롭게 치우쳐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된다”며 2019년 러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푸틴이 5년 안에 무역량을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대신 연간 18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