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사시에 대비해 미국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각종 전투기 등 퇴역한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라는 제안이 9일 미국에서 제기됐다.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베냐민 젠슨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애리조나주 사막 폐기장에 양호한 상태로 보관중인 무기들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16 전투기 지원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당장 우크라이나의 공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은 폐기장에 보낸 전투기, 수송기, 헬리콥터 등 공중 무기들을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있다. 유사시 직접 전장에 투입하거나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 빠르게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공중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 러시아는 우세한 공군력으로 지뢰밭과 참호선 등 방어선 돌파를 시도하는 우크라이나군을 유린해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조종사와 비행기가 부족한 탓에 대응이 매우 제한적이다.
서방은 확전을 우려해 첨단 공군기 지원을 꺼려왔다. 미국이 지난 5월 승인한 F-16 전투기 지원은 아직 조종사 훈련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이 문제를 폐기장에 보관중인 퇴역 무기들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은 이곳에 대반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전자전기와 지상공격기를 보유하고 있다. 레이더와 무선통신을 교란하는 EA-6B 프롤러 전자전기 36대는 퇴역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또 MQ-1 프레데터 무인공격기 50대와 전자전에 사용되는 C-12 휴론 다목적기 40대도 있다. 이들 무기를 활용하면 우크라이나 전투기를 추적하는 러시아 레이더망을 교란하고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을 보호할 수 있다.
공중 정찰 및 전자방해 능력이 있으면 우크라이나군이 통합공격작전을 펴기가 쉬워진다. 이에 적합한 전투기로 폐기장에 보관중인 A-10 선더볼트 지상공격기와 최근 퇴역한 공격헬기들이 있다.
A-10 공격기는 이미 100대 이상 퇴역한 상태며 이번 회계연도 안에 281대가 추가로 퇴역할 예정이다. A-10은 공중전 능력이 없어 취약하지만 EA-6B 프롤러 전자전기와 함께 투입하면 전황을 뒤집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폐기장에는 또 AH-1 공격헬기(일명 코브라) 140대와 UH-1 다목적 헬기 70대가 있다. 최근 해병 현대화 과정에서 퇴역한 것들로 대부분 신품들이다. MQ-1 드론과 함께 투입하면 우크라이나군도 미군처럼 무인-유인 결합전술을 펼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이들 무인기들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소형 드론 여러 대와 함께 투입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MQ_1 드론은 고고도에서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하고 소형드론과 무인 공격헬기는 저고도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A-10 지상공격기와 공격용헬기만으로도 러시아 전투기에 맞설 수도 있다. 이들을 요격하려고 다가오는 러시아 전투기를 지대공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는 것이다.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마당에 이들 퇴역무기를 지원한다고 확전 위험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폐기장의 무기들을 지원하는 데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우크라이나가 이들 무기의 절반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부품용으로 해체하더라도 전투력이 몇 배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