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마약 투약으로 물의를 빚은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가 “마약의 쾌락을 잊을 수 없다”며 “마약에 아예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리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마약 투약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할리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이 주최한 ‘해외 청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할리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이후 약 4년 만이다.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할리는 ” 태영호 의원실에서 마약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거부했다. 그런데 계속 출연 요청이 왔고 아내의 허락을 받고 나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마약을 처음 접한 계기에 대해 그는 1980년 중반쯤 미국에서의 로스쿨 시절을 떠올렸다.
할리는 “제가 로스쿨 시절 경기장에 갔는데, 대마초 피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당시 미국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된 지역이 전혀 없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대마초를 했기 때문에 무시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옆에 있는 친구에게 경찰이 어떻게 봐주냐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하니까 놔준다고 했다. 저의 한국인 친구의 룸메이트가 기숙사에서 대마초 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후에 대마가 합법화된 곳이 생겼고 최근에는 아주 많아졌다”고 전했다.
할리는 대마초 등에 대해 “처음부터 접해서도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람들이 처음 (마약을) 접한 후 점점 더 강한 쪽으로 가게 된다”며 “(쾌락을) 잊을 수 없다. 쾌락을 잊게 하는 약이 없다. 마약을 한 후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생기기 때문에 중독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앵커는 “인간의 뇌가 평소에 살면서 느끼는 쾌락은 쾌락이라고 해봤자 예를 들어 주먹만 한 크기라면 마약을 했을 때 뇌가 느끼는 그 쾌락의 크기는 수영장만한 크기라고 한다. 다시 평상시로 돌아왔을 때 그 엄청난 크기의 쾌락을 잊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할리는 “마약을 접하게 되면 나중에 그 기억이 계속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자들이 힘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상 속 자극과는) 비교가 안된다”며 “제가 아주 달콤한 음식을 좋아한다. 케이크, 빵을 좋아하는데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빵집을 가면 (이후에) 또 가야 한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잊을 수 없는 그런 기억이 생기기 때문에 중독자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에 손을 댔던 스타들도 언급하면서 “첫 손을 대지 말았어야 한다. 저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하게 되면 또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할리는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인해 마약의 유혹에 다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가수 김흥국·현진영과 방송인 사유리 등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마 합법화에 대해 “아주 안 좋게 생각한다. 합법화된 주(州)를 보면 마약을 통해 사망하는 비율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할리는 치료소에서 매주 치료부터 받기 시작했다며 “공주에 있는 치료감호소에서 매주 소장님과 1대 1로 교육받았다. 처음부터 교육을 받았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미국은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처벌을 한다. 하지만 한국은 사용자들을 교도소에 보낸다. 이게 문제다. 교도소에 있으면 어떻게 되겠나. 같은 방에 다른 사용자들과 같이 매일 대화하고 우리가 나오면 어떻게 몰래 할 수 있는지 얘기하고 계획을 짠다. 치료를 처음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변호사 출신 할리는 1997년 귀화한 1세대 방송인이다. 1988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후 슬하에 세 아들을 뒀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한 뚝배기 하실래예?” 등의 유행어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19년 4월 마약 투약혐의로 체포돼 그해 8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