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과 공기, 음식 등이 필요하지만 산소 못지않게 중요한 탄소 또한 뻬놓을 수 없다. 탄소(C)는 우리 몸에서 산소 다음 두 번째로 풍부한 생명의 원소여서다. 생명체의 세포서부터 생리작용을 돕는 효소나 호르몬, 에너지, 더 나아가 유전정보 전달에 필요한 DNA, RNA도 탄소화합물에 의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해준 화석연료부터 화학기술의 발달과 각종 첨단소재를 가능케 하는 것이 탄소화합물이다. 그러고 보면 탄소는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인 셈이다.
탄소는 동소체(同素體)를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흑연, 다이아몬드 등 외에도 그래핀이 있다. 우선, 그래핀(graphene)은 구리보다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쓰이는 실리콘보다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으며 강철보다 강하고, 특히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 탄성을 가지고 있어 ‘꿈의 나노물질’이라 불린다.
우리는 이미 이를 이용해 몸의 정보를 측정해주는 바이오 웨어, 고속충전 배터리, 폴더블 스마트폰, 기적같은 비거리를 내는 골프공 등을 실감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어떤가? 천연 다이아몬드와 그 탄소원자 배열과 결합구조를 모방해 합성한 인공 혹은 인조 다이아몬드가 있다. 그런가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거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같아 보이지만 물리적 성분이 다른 큐빅(Cubic)도 있다.
한예로 치과에서 모조치아를 만드는 지르코니아(Zirconia)가 바로 이것이다. 헌데 천연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가 워낙 아름답고 높은 가치의 보석이지만 이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참혹한 전쟁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1991년 부터 10여년간 일어난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내전에 이웃나라 라이베리아가 그 반란군에 막대한 자금과 무기를 대면서 자신들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했다. 그곳에 묻혀있는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채굴 현장으로 내몰아 혹독한 고통 속에 생산된 다이아몬드는 살육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비용으로 쓰였다.
이른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다. 아무튼 이런 다이아몬드가 대중에게 환상의 대상으로 각인된 계기가 된 것은 20세기 초 나온 광고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이아몬드 전문기업 ‘드비어스(De Beers)’가 내건 문구,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 이 광고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상징으로 결혼 예물하면 당연히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게 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한때 전세계 물량의 90%를 주무르며 ‘다이아몬드 제국’을 건설했던 ‘드비어스’가 몰락하고 있다고 한다. 드비어스의 시장 점유율은 20%대로 내려앉았다.
러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업체들이 담합 카르텔에서 탈퇴하면서 그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다가 ‘블러드 다이아몬드’ 논란도 한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최근 들어 연구소에서 배양한 ‘랩그론(Lab-Grown) 다이아몬드’가 출현하면서다. 천연 다이아몬드가 1캐럿 크기가 되려면 수억 년이 걸리지만 랩그론 다이아몬드는 2~3주면 충분하고 가격도 천연 다이아몬드의 1/10-1/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다이아몬드의 종말’이라는 말도 나온다니 이제 다이아몬드는 ‘보석의 황제’도 아니요 영원하지도 않다는 얘기일까?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한 모디 인도 총리가 질 바이든 여사에게 7.5캐럿짜리 랩그론 다이아몬드를 선물한 것을 보면 실감을 느끼게 한다. 이제 ‘이수일과 심순애’의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타령도 새로 써야 하는 것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