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냉동 김밥이 해외에서 인기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국뽕’이 살짝 섞인 언론의 과장 보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해외 크리에이터들의 ‘K김밥’ 먹방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냉동 김밥이 정말 맛있을까?’
현재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김밥은 대형 유통 체인인 트레이더조스의 제품이다.
560여개 매장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김밥'(KIMBAP)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은 한국의 식품업체 ‘올곧김밥’이 생산한다. ‘바바김밥’이라는 브랜드명으로 한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원래 김밥은 바로 만든 것을 먹어야 가장 맛있다. 싸고 난 뒤 시간이 지나면 김이 수분을 머금어 질겨지거나 내용물에 있던 양념이 밥알에 스며들어 질척거리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대량생산 제품을 사먹기보다는 분식집에 가서 바로 만들어진 김밥을 먹는 것을 선호한다.
열렸다 녹인 김밥은 어떤 맛일까
미국에서는 한 종류의 냉동김밥만 출시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훨씬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돼지불고기, 소불고기, 불닭, 참치마요 등 일반적인 김밥과 버섯잡채, 유부 등을 주재료로 하는 비건 김밥 제품이 출시돼 있다.
우선 트레이더조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과 같은 ‘유부우엉 비건김밥’은 온라인에서 원재료를 확인해보니 두 제품 모두 유부, 단무지, 우엉, 시금치, 당근을 주 재료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포장이 약간 다르다.
포장을 뜯은 냉동 김밥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김밥 한 줄을 9등분한 상태로 단단하게 얼어 있다. 내용량은 230g, 열량은 376kcal다. ‘꼬다리’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무게와 열량이 일반적인 김밥보다는 약간 낮다.
전자레인지에 2분30초간 가열하니 이런 모습이 됐다. 놀랍게도 일반적인 김밥과 비슷한 비주얼로 변했다. 따뜻하게 데워진 김밥에서 달큰한 간장향과 향긋한 참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접시에 김밥을 담은 모습이다. 밥, 유부, 시금치, 당근, 단무지, 우엉 등의 재료들이 뭉개지거나 색이 변하지 않고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맛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밥알의 쫄깃한 식감, 유부와 우엉의 짭조름한 맛, 단무지의 새콤한 맛 등 김밥의 핵심 요소들이 살아 있었다. 식감도 일반적인 김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임에도 맛의 빈틈이 없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다.
참치마요 김밥과 불닭 김밥도 먹어봤다. 두 제품 역시 전자레인지에 가열했는데도 재료의 맛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프리미엄 김밥’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하기에는 좋은 메뉴였다. 단 불닭 김밥은 좀 매웠다.
냉동 김밥이 편의점 등에서 파는 여러 냉장 제품보다 김밥 본래의 맛을 더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물론 바로 만든 김밥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출출할 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다는 간편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강점이 있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냉동 과정을 거치면서도 김밥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업체 측은 영하 45도로 급속 냉동하는 기술을 이용해 김밥의 수분과 찰기, 맛과 향을 모두 잡았다고 설명한다.
최근 한 유튜버가 이 업체의 생산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 고기 대신 유부가 들어간 김밥을 출시한 것도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인 것 같다.
해초류인 김이나 씁쓸한 맛을 내는 우엉은 일반적인 미국인들에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음식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비건들은 새로운 메뉴에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 채소만 들어간 김밥은 새로운 메뉴를 찾는 비건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이 제품의 강점이다.
미국에서 김밥이 7~12 달러에 판매되고 있는데 반해 냉동김밥의 가격은 3.99 달러에 불과해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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