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슈퍼볼은 탬파베이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7일 탬파베이의 레이몬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5회 슈퍼볼 탬파베이 버캐니어스와 지난해 우승팀 캔자스시티 치프스 간의 대결은 탬파베이의 31-9 완승으로 끝났다.
탬파베이의 쿼터백 톰 브래디는 가로채기 없이 201야드 전진패스를 성공시키고, 3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가난한 구단 탬파베이가 무려 5천만 달러를 투자한 값어치 그 수백배 이상을 해 냈고, 탬파베이의 모험에 완벽히 보답해줬다.
이번 슈퍼볼, 아니 플레이오프 여정은 톰 브래디의, 톰 브래디에 의한, 톰 브래디를 위한 슈퍼볼이었다.
톰 브래디 44세. 40대의 희망, 40대의 우상..
톰 브래디는 이제 40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테니스에서 로저 페더러가 40대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이어가자 수많은 일반 40대들이 희망을 가졌던 것 처럼, 톰 브래디의 활약에 전세계 40대들이 ‘거봐 우리 아직 안죽었어!!’ 를 외쳐댔다.
지난시즌 20년간 뛴 뉴잉글랜드에서 자유계약 선수가 됐을 때 뉴잉글랜드는 팀을 9번이나 슈퍼볼로 이끌고 6차례나 슈퍼볼 우승컵을 안겨줬지만 냉정하게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은퇴를 조용히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톰을 달랐다. 더 뛸 수 있었다.
결국 탬파베이가 2년 5천만 달러 계약을 맺고, 슈퍼볼 개최지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고는 아마 탬파베이고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톰 브래디는 11월 추수감사절까지만 해도 탬파베이를 7승 5패라는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확실했다.
하지만 이후 4경기 연속 승리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이끌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워싱턴 (와일드카다), 뉴올리언스 (디비저널시리즈, 드류 브리스와의 최고령 쿼터백 대결로 NFL 역사 한페이지 작성), 그린베이(디비전 챔피언십, 애런 로저스와의 역대급 쿼터백 대결로 NFL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 작성) 그리고 슈퍼볼에서 북미 스포츠 사상 최초로 4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캔자스시티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와의 신구 대결에서 베테랑의 진면목, 한 수 위의 기량, 노련미, 등등 모든 것에 앞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10번째 슈퍼볼 무대에 서서, 7번째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며 개인 통산 5번째 슈퍼볼 MVP로 선정됐다.
NFL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이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6회, 가장 많이 슈퍼볼에 진출했던 선수의 기록은 5회, 슈퍼볼에서 MVP를 가장 많이 받았던 선수는 그 이전에 3회를 기록했지만 모두 톰 브래디의 뒤로 물러서게 됐다.
브래디는 MVP를 수상한 뒤 우리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내년 45이 되어도 슈퍼볼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또 브래디가 자신의 단짝을 불러오면 가능할 수도 있다.
브래디는 이번에 탬파베이와 계약하면서 조건이 있었다.
2019년 은퇴한 영혼의 단짝 롭 그론코브스키를 데려오는 것.
뉴잉글랜드 시절 백업 리시버였던 후보 선수였던 안토니오 브라운을 데려오는 것.
그리고 잭슨빌에서 방출된 레너드 포넷을 데려오는 것 이었다.
은퇴한 선수를 영입하는데에는 단짝 브래디가 힘을 썼고, 단장 구타 직전까지 가면서 NFL에서 퇴출 직전에 있던 브라운은 다시 기회를 준다는 말에 영입하기 쉬웠다. 그리고 방출된 포넷까지, 탬파베이는 톰 브래디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했는데 큰 돈을 쓰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세명의 선수가 이번 슈퍼볼에서 톰 브래디와 함께 모든것을 함께 해냈다.
특시 그로코브스키는 슈퍼볼에서 2개의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톰 브래디와 14개의 터치다운을 합작해 왜 영혼의 단짝인지를 다시한번 증명해 냈다.
뉴잉글랜드의 벨리칙 감독이 없으면 톰 브래디는 종이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기좋게 깨부쉈고, 잘 못하는 만년 꼴찌팀 탬파베이에 가면 아무리 톰 브래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걷어차 버렸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면서 몇몇 전문가들이 톰 브래디의 플레이오프 경력을 무시하지 말라 라고 했던 경고는 맞아 떨어졌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전문가들이 한 발언 중 유일하게 맞는 말이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마치 톰 브래디가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검증받는 자리로, 매 경기 강팀과의 경기로 화제를 모으며 도장깨기를 이어갔고, 결국 톰 브래디 스스로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탬파베이의 수비를 칭찬하지 않으면 이번 슈퍼볼을 넘어가기 어렵다.
토드 볼 수비코치의 작전은 적재적소에 수비수를 꽂아놓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캔자스시티 쿼터백을 압박했으며, 그렇게 팀 승리를 이끌었다.
캔자스시티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는 달려드는 탬파베이 수비수들을 피해 뒤로 달아날 수 밖에 없었으며, 던질 만한 곳에는 탬파베이 수비수들이 밀착 수비를 하고 있어, 던질 곳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톰 브래디는 톰 브래디고, 탬파베이 우승의 주역은 모두이지만 수비도 반드시 칭찬받아 마땅하다.
수비코치 토드 보울은 일단 내년 시즌도 톰 브래디와 함께한 뒤 다른 팀 감독으로 영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이미 뉴욕 제츠에서 3년간 감독직을 수행한 바 있다. 그냥 수행이었다.
<이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