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10일 수백 명이 참혹하게 살해 당한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마을 현장을 방문해 참상을 전했다.
또 미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목이 잘린 채 숨져 있는 모습을 이스라엘군이 발견했다고 전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축제현장에서 춤을 추다가, 하루 일을 시작하려다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사람들이 피살됐다.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집집마다, 거리마다, 잔디밭마다 돌아다니며 여전히 시신들을 찾아 다닌다.
가자 지구에서 가까운 키부츠와 마을들을 하나씩 탈환하고 있는 이스라엘 병사들이 며칠 째 끝없이 발견되는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 20여 곳 이상을 공격해 1000명 이상을 살해했다. 여자와 아이들까지다. 또 150명 이상을 납치했다.
당국은 감시 카메라 영상, 휴대폰 동영상, 사진, 생존자들의 증언 등 살해 현장의 증거들을 수집하고 있다.
베에리 키부츠
어린이들을 포함해 100명 이상이 살해됐다.
지난 7일 아침 6시 쯤 공격이 시작됐다. 키부츠 정문의 감시 카메라 영상에 무장한 남자 2명이 침입하는 것이 포착됐다. 길을 가던 차가 멈춰 서자 두 남자가 차에 총격을 가한 뒤 키부츠로 진입했다.
7시쯤 최소 8명의 무장한 남자가 키부츠에 있었다. 2시간 뒤 이들이 공격한 차량에서 시신 3구를 꺼내는 장면이 찍혔다. 다른 동영상에는 몇몇 이스라엘인들이 붙잡힌 장면이 나오고 이들은 뒤에 길 위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베에리 키부츠에서 발견된 시신이 100구가 넘는다고 이스라엘 응급구조단 자카의 모티 북진 대변인이 밝혔다. 그는 “정말 끔직했다. 아이들도 살해됐다”면서 총을 든 채 숨진 사람도 수십 명이라고 전했다. “아직 모든 집을 살펴보지 못했다”고 했다.
"It's not a battlefield. It's a massacre."
Here, MG Itai Veruv is preparing journalists to enter Kfar Aza where atrocities have taken place at the hands of Hamas terrorists. pic.twitter.com/1MXMxuWHpA— Israel Defense Forces (@IDF) October 11, 2023
노바 축제현장
100명 이상이 숨졌다.
7일 동이 튼 직후 수백 명의 하마스 전투원들이 가자와 이스라엘 사이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국경 지대 농지를 통해 밤새 축제가 열리는 축제 현장에 달려와 총격을 가했다.
생존자 안드레이 페아이리(35)는 “연기와 화염, 총성이 가득했다. 군 경험이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전투원들은 축제 참가자 다수를 5㎞ 떨어진 가자지구로 납치해 갔다. 차에 치인 사람이 꿈틀거리자 소총으로 사격했고 움직임이 멈추는 장면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다른 동영상에는 남자 친구가 팔이 등 뒤로 꺽인 채 맨발로 끌려가는 모습에 비명을 지르는 이스라엘 여성을 하마스 대원들이 오토바이 가운데에 태운 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크파르 아자 마을
수백 명이 피살됐다.
가자 지구에서 들판 건너 있는 크파르 아자에 대한 공격이 있은 지 나흘 째 이스라엘 병사들이 한 집 한 집 함정 폭탄을 피해가며 수색하면서 시신들을 끌어내고 있다. 현장의 기자도 주택 현관과 마당 등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는 시신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장의 지휘관 이타리 베루브 이스라엘 중장은 “전쟁 현장이 아니라 학살 현장”이라면서 “평생 본 적이 없는 일이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E)의 부 지휘관 다비드 벤 지온은 이스라엘 TV i24 뉴스에 출연 “어린이, 여인들의 머리를 잘랐다”고 밝혔다.
i24의 리포터 니콜 제덱은 “최소 40명의 아기들이 숨졌다는 끔찍한 말을 들었다. 아직도 군인들이 집집마다 수색해 시신들을 끌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니르 디나르 소령은 목이 잘린 아기들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는 성명에서 ”카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숨진 사람들의 숫자를 확정할 수 없다. 여자들과 아이들, 갓난 아기들, 노인들이 ISIS 방식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10일 ”아기들이 살해됐다는 보도에 속이 뒤집힌다“고 말했다.
스데로트 시
최소 20명의 민간인과 10여 명의 군인, 소방수, 경찰관이 살해됐다.
가자에서 1.6㎞ 가량 떨어진 스데로트시 공격도 7일 아침에 있었다. 픽업 트럭 2대 이상이 들어와 난사했다. 차를 탄 채로, 길을 걷다가, 육교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숨졌다. 정류장에선 7명의 민간인이 살해됐다.
한 남성이 동영상에서 “모두가 죽었다”고 말했다. 하마스 전투원들이 민간인들을 총격하고 거리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고 경찰서를 점령하는 모습 등이 스데로트 주민들이 찍은 동영상에 나타난다.
가자 지구 인근 니르 오즈 등 여러 마을들
가자지구 국경 지대 인근에서 최소 10여 명이 피살됐다.
가자지구에서 수 ㎞ 떨어진 곳의 마을 현장들이 아직 수습되지 않고 있다. 동영상, 사진, 생존자들의 증언에서 이들 지역에 공격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에 오른 30분짜리 동영상에 하마스 전투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니르 오즈로 달려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들이 키부츠로 보이는 한 마을에 도착하면서 큰 총성이 잇달았다.
동영상 말미에 나오는 한 방에는 최소 6명이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하마스 대원이 쓰러진 사람에게 총을 쏘는 장면으로 동영상이 끝난다.
이스라엘 군당국은 10일 니르 오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해되고 납치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8시간 동안 계속된 니르 오즈에 대한 공격이 끝나고 생존자들이 마을 유치원에 모인 자리에서 이리트 라하브라는 주민과 딸 로투스 라하브(22)는 마을 주민 여러 명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라하브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반 밖에 안된다”고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공격당하기 전 이 키부츠에 350~400명이 있었다. 라하브는 버스를 타고 떠난 사람들은 약 200명에 불과했다고 했다.
시신 수습을 돕기 위해 8일 니르 오즈에 도착한 은퇴 간호사 아리에 이칙은 10일 일부 시신들이 완전히 불에 탄 모습이라고 전했다. “누구인지 전혀 알아보지 못할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가자 지구 인근 다른 마을에서도 상당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나할 오즈에서는 아들을 도와주러 방문했다는 퇴역 장성 노암 디본이 자신과 군인들이 거리에 널려 있는 시신들을 발견했다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주민들이 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알루밈에서는 수십 명의 시신이 담긴 주머니가 건물 밖에 놓여 있는 모습의 사진이 찍혔다. 숨진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