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에너지 대기업 셰브론이 이스라엘 해안에 있는 천연가스전을 폐쇄하면서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셰브론은 이스라엘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 9일 이스라엘 해안에 위치한 천연가스전을 폐쇄했다.
셰브론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직원, 지역사회, 시설의 안전 등이다”라면서 이스라엘 에너지부로부터 타마르 천연가스전의 생산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폐쇄된 타마르 천연가스전은 이스라엘 남부 해안에서 15마일(약 24㎞) 떨어져 있으며, 이스라엘 에너지 수요의 70%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번 폐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타마르 천연가스전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사되는 로켓포의 사정거리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CNN비즈니스는 타마르 천연가스전의 폐쇄 상황이 장기화되면 이집트와 요르단에 대한 가스 수출이 감소할뿐만 아니라, 이미 경색된 상황인 글로벌 가스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이집트와 요르단은 이스라엘로부터 전체 가스 공급량의 4~7%를 수입하고 있다.
또 이번 상황은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반구 국가에서 난방을 위한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는 시점에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천연가스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지표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10일 약 12% 급등, 1메가와트시(MWh)당 약 49유로(약 7만원)에 달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6일 이후 29%나 상승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진행 중인 사건들(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전 세계 LNG 잔량의 지속적인 긴축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한파 급증 또는 기타 공급 차질과 같은 예기치 못한 일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 천연가스 시세 상승에는 발트해 가스관 폐쇄, 호주 셰브론 공장 파업 리스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핀란드 가스업체 가스그리드는 지난 8일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발트해 가스관에 누출사고가 발생했다면서, 해당 가스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누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 지난 10일 셰브론은 상당한 양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호주 사업장의 공장 두곳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했다고 밝혔다.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은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7%를 차지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