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화산이 들어서 있는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포추올리 지역에서 지난 8월부터 수천 번의 지진이 발생해 주민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나폴리로부터 서쪽으로 약 8마일(약 13㎞) 떨어진 곳에 있는 포추올리 지역에 지난 3개월 동안 2500번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빈번한 지진은 화산활동 징후…해저 상승시켜
서기 1세기에 폼페이를 파괴했던 나폴리 남동쪽에 있는 베수비오 화산이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현대 화산학자들은 포추올리 주변 저지대 분화구 군집인 ‘캄피 플레그레이’의 상황을 훨씬 더 걱정하고 있다. 80제곱마일(207㎢)에 달하는 이 함몰부에는 12개 이상의 원뿔형 화산과 몇몇 분화구 호수가 있다.
이곳에는 50만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이 함몰부 바로 바깥에는 80만명이 살고 있다.
최근 수차례 지진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에 있는 약 20개 초대형 화산 즉, ‘슈퍼화산’ 중 한 곳의 꼭대기에 살고 있고 지진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은 지하 깊은 곳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화산 내부 활동으로 인해 지구 표면의 한 부분이 서서히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브래디사이즘(bradyseism)’이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탈리아 국립 지구물리학·화산학연구소에 따르면 포추올리 항구 주변지역은 1960년대 후반 이후 약 11.5피트(약 350㎝) 상승했다. 2014년 이후에만 3피트(약 91㎝) 넘게 상승했다. 수년간 빈번한 지진이 해저를 상승시켜 이제 포추올리의 해안에는 가장 작은 배들만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마지막 폭발은 1538년…최근 지각 파열 가능성↑
포추올리 인구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1980년대 지진으로 인한 정부의 강제 대피령도 있었지만, 주민들은 이 지역으로 계속 이동했다.
캄피 플레그레이의 마지막 폭발은 1538년에 있었는데, 당시 불꽃 튀는 폭발이 마을 전체를 삼켰고 해발 440피트(약 134m)에 달하는 새로운 화구구가 생겼다. ‘새로운 산’이라는 의미의 ‘몬테 누오보’라고 불리는 이 화산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주변에는 학교, 식당, 카페,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이탈리아 국립연구소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캄피 플레그레이의 폭발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지진으로 화산이 약해져 지각이 파열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
나폴리페데리코2세대학의 알레산드로 이안나스 지질학 교수는 미국 옐로스톤 등 세계의 다른 슈퍼화산들처럼 캄피 플레그레이에서도 재앙적인 폭발이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옐로스톤에서 분화 조짐이 있다면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고 몇 년간 공원을 폐쇄할 수 있겠지만 캄피 플레그레이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곳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포추올리 당국은 최근 주민들에게 분화가 임박했을 때 대피요령, 분화 후 대처방법 등을 담은 안내서를 배포했다. 이 책자에는 화산재에 닿은 음식물을 깨끗이 씻어낼 것, 재로 뒤덮인 도로에서 운전하지 않을 것 등 주요 요령이 명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