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주 힌스데일이라는 인구 4200명의 작은 마을에서 이동주택 공원에서 잔디를 깎으며 살던 제프리 홀트가 지난 6월 82살로 숨졌다. 그는 오렌 세월 힌스데일에서 살았지만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힌스데일에서 홀트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동주택 공원의 한 허름한 이동주택에서 낡은 침대 외에는 다른 가구를 찾을 수 없었다. TV도, 컴퓨터도 없었다. 그는 자동차도 없어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다.
그러던 홀트가 죽으면서 380만 달러의 거액을 힌스데일 마을의 발전을 위해 써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홀트는 유언장에서 힌스데일의 교육, 건강, 레크리에이션 및 문화 분야를 위해 이 돈을 써달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홍트는 잔디를 깎다가 누군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으로만 기억에 남았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엄청난 재산을 갖고도 매우 검소한 삶을 살았고, 또 거액의 재산을 마을 발전을 위해 선뜻 내놓은 사실에 마을 주민 모두 감동을 받았다.
힌스데일 마을 관리들은 9월부터 홀트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주민들로부터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접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디에 얼마의 돈을 쓸 것인지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 홀트가 남긴 재산은 신탁하기만 해도 매년 약 15만 달러(약 2억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마을 행정관 캐서린 린치는 “홀트는 매우 검소한 삶을 살며 이러한 재산을 모았다. 우리는 결코 이 돈을 헤프게 써선 안 된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매우 검소하게 이를 사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홀트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이동주택 공원의 전 관리인 에드윈 스미스는 “홀트가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추측하고 있었지만, 그가 자신의 전 재산을 힌스데일 마을 발전을 위해 내놓았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홀트보다 1살 적은 여동생 엘리슨 홀트는 “오빠가 많은 재산을 모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빠와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낭비하지 말고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것이 곧 오빠의 삶이었다. 그는 가진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가 원하는 것도 별로 없었고 자신은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가 아무 것도 탐닉하지 않고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무척 슬프다”고 말했다.
홀트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은 힌스데일 마을 주민들은 홀트의 선물이 뉴햄프셔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힌스데일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홀트가 남긴 선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기획위원 중 한 명인 앤 디로리오는 “힌스데일은 뉴햄프셔에서 잊혀진 코너였다. 앞으로는 뉴햄프셔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힌스데일이라는 이름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