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광기, 일탈 등 정신질환은 미국 역사에서 유례가 없었을 정도로 대화의 단골 소재였다.
정신질환은 그저 차이를 추려내는 방법이 아니냐는 것이 많은 사람의 주장이었다. 광기는 더는 수치스럽지 않았다. 그것은 세상의 시인, 예술가, 사상가를 위한 것이었다.
대중은 광기가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을 계속 가졌다. 이는 본인이든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든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터무니없는 질문으로 보였다.
동성의 사람에게 끌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꼬리표가 붙던 시절 논쟁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은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정상인 8명과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 잠입을 시도했다.
정신의학이 정상과 비정상을 가려낼 수 있는지 테스트한 이 실험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료받은 병원 모두 그들을 정신병자로 오진했다. 평균 20여 일 정신병동에 수감돼 잘못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실험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돼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수많은 정신병원이 문을 닫았고, 정신의학계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질문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논쟁에 불을 붙였다.
책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북하우스)는 이 실험의 이면을 추적한다.
저자는 이 실험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서 로젠한의 동료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로젠한의 유품, 생존인물들, 남아 있는 자료를 통해 로젠한의 실험 동기와 실험에 참가했던 가짜 환자들의 정체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