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중도적 입장을 유지하며 미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다가 지난 2006년 사퇴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가 1일 아리조나주 피닉스의 자택에서 서거했다. 향년 93세.
미 대법원은 성명에서 오코너 전 대법관의 서거 사실을 발표하면서 사인이 치매 합병증이라고 밝혔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2018년 자신이 치매 진단을 받았음을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오코너 전 대법관이 재임 당시 대법원장은 아니었으나 대법원이 오코너의 대법원으로 불릴 만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으로 꼽혔다고 평가했다.
NYT는 소수인종 우대, 임신중절, 소수 인종 투표권 확대, 종교, 연방주의, 성차별 등 논란이 큰 쟁점에 대한 판결이 오코너 전 대법관 판단에 의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지명됐다. 당시 아리조나주 항소 법원 판사였던 그는 오래도록 공화당원이었으나 민주당 인사들과도 교분이 두터웠다. 지명 당시 51세였던 그는 2006년 질병에 걸린 남편을 돌보기 위해 대법관직을 사퇴했다. 재임 당시 대법원이 우경화하는 속에서 중도 보수주의 입장이던 오코너 대법관이 상대적으로 진보인사로 평가됐다.
대법관 사퇴 이후 대법원의 우경화가 가속화되면서 오코너 전 대법관은 공개적으로 자신이 지지해 내려진 여러 판례가 “해체”됐다고 개탄했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1952년 최고 성적으로 스탠포드 법대를 졸업했음에도 주요 로펌에서 서기로밖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으며 실제 임명될 때까지 여성 대법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1980년 선거 유세에서 여성 대법관 임명을 공약하고 당선 뒤 오코너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공약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희극의 소재가 될 정도의 분위기에서 파격적인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