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직책까지 맡았던 미국의 전직 외교관이 40년 넘게 쿠바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방검찰은 국무부 직원이었던 마누엘 로차(73)가 수십년간 쿠바 정부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연방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고 법무부가 4일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로차는 1981년께부터 현재까지 쿠바 정보당국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한 정보 수집 임무와 쿠바 정부를 지원했다.
로차는 1981년부터 2002년까지 국무부에서 일했고 2000~2002년 주볼리비아 미국대사를 지냈다. 1994~1995년에는 미국 안보 정책을 총지휘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근무했다.
Attorney General Merrick Garland announces the arrest of former U.S. Ambassador to Boliva, Victor Manuel Rocha. He's being charged with acting as a foreign agent for Cuba. pic.twitter.com/VwK6WD266L
— CSPAN (@cspan) December 4, 2023
검찰은 로차가 국무부에서 일하는 동안 미국 외교 정책과 관련한 기밀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고 보고있다.
또한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쿠바를 관할 구역으로하는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쿠바 정보기관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로차는 비밀요원 신분을 감추기 위해 미국 정부에 거짓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쿠바 정보 요원을 만나기 위해 해외로 출국한 뒤 거짓 보고를 하는 식이다.
40년 이상 이어진 로차의 이중생활은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로차는 쿠바 요원으로 위장한 FBI 요원과 만남에서 자신이 쿠바 정보기관을 위해 일했다고 여러차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차는 이 요원과의 만남에서 미국을 “적국”이라고 표현했고, 쿠바와 자신을 “우리”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로차가 국무부를 떠난지 20년이 넘었다면서도 “향후 정보당국 파트너들과 이 문제와 관련한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