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직원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송은 임금 체불, 직장 내 괴롭힘, 보복, 부당 해고에 맞닥뜨린 직원이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 회사는 교묘한 방법을 통해 억울한 직원이 법적 대응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 중 하나가 오늘 이야기할 중재(arbitration)라는 시스템입니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면 여러가지 서류에 읽어보지 않고 서명을 하게 됩니다. 보통 그 속에 중재 합의서가 묻혀 있습니다. 읽어보더라도 중재 합의서에 서명을 거부하면 채용이 취소되거나 해고를 당할 것입니다.
중재 합의는 회사와 직원 간의 계약으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싶다면 일반 법원에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사건을 법원 밖에서 중재라는 제도를 통해 해결하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중재가 법정 소송보다 직원에게 불리
법정 소송과 중재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법원에는 판사가 있지만 중재에는 사건을 감독하는 중재인(은퇴한 판사 또는 변호사)이 있습니다. 판사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지만 중재인은 소송을 당한 회사로부터 수천에서 수만 달러의 중재 보수를 받습니다.
따라서 중재에는 이해 관계가 개입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야 그 회사가 앞으로 그 중재인을 계속 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는 판사가 무작위로 사건에 배정되고, 사건 당사자들과 이해 관계가 있는 경우 변호사가 해당 판사를 배제하거나 판사 스스로 기권해야 하는 반면, 중재에서는 변호사들이 중재인을 고릅니다.
또한 법정에서는 민사 소송 절차에 따라 상대방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공평한 장이 마련됩니다. 그러나 중재에서는 민사 소송 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어 보통 중재인이 증거 수집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이는 직원에게 불리합니다.
해고된 직원은 보통 회사 이메일, 서류, 증인으로부터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법정에서는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판결을 내리고 판사가 공정성을 보장하지만, 중재에서는 중재인이 유일한 결정권자입니다.
마지막으로, 법정에서는 결정에 대해 항소할 수 있지만, 중재에서는 항소의 권리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안타깝게도 중재에서는 보통 직원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집니다. 중재합의서에 서명을 한 직원이 변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직원을 대리하는 노동법 변호사는 보통 시간 당 수임료를 받지 않고 보상금으로 회수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중재 합의서에 서명했다면
중재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반드시 소송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중재 합의서가 잘못 쓰여져 구속력이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법 변호사에게 합의서 검토를 부탁하세요.
둘째, 소액 사건에서 고용주는 중재에 돈을 쓰지 않기 위해 빨리 합의하길 원할 수가 있습니다. 셋째, 직장 내 성희롱이나 증권 사기 사건에 한해 중재 합의는 효력이 없습니다.
지레 소송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또다른 이유는 중재 합의가 무효화 될 수 있는 새로운 법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말 캘리포니아 항소 법원은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
청원서에 중재 합의 사실을 빠뜨려 미국 노동부에 보고가 되지 않았다면, 그 중재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2020년 캘리포니아의 Alco Harvesting이라는 농작물 수확 관리 회사가 H-2A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멕시코인 Jesus Guzman을 농부로 고용하였습니다. H-2A 비자는
고용주가 모든 고용 조건을 비자 청원서를 통해 미국 노동부에 공개하는 것이 의무인데, Alco Harvesting은 Guzman이 중재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서 법정에서 재판 받을 권리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Guzman이 노동법 위반으로 Alco Harvesting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Alco Harvesting은 사건을 중재로 가져가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합의가 노동부에 신고되지 않은 중요한 고용 조건이라는 이유로 불법이라고 판결하여 Guzman이 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비이민 비자로 고용된 모든 캘리포니아 직원에게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노동부는 H-2B와 Permanent Labor Certification (PERM) 프로그램에도 고용주로 하여금 모든 중요한 고용 조건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도 중재가 조작된 경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더 근로자의 소송할 권리가 존중되는 법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따라서 중재 합의서에 서명을 했어도 고용주에게 법적 대응을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강지니 노동법 변호사>
(323) 282-7975 jinni@jinnikang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