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전면전을 끝내고 다음 단계로 전환할 것을 압박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전쟁 이후 가자 치안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PA에 가자지구 치안과 경찰력을 준비하기 위해 가자지구 보안군을 다시 활성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양측은 최근 몇 주간 PA가 가자지구 보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해 왔으며,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 전까지 현역으로 복무했고 현재도 가자에 거주하는 보안군 일부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PA 당국은 최근 복무 적령기에 있는 일부 병사들에게 복무 복귀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 브리핑에서 “과거 PA 보안군 일원이었던 가자 주민 중 상당수가 향후 미래 군대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선 그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이스라엘을 찾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PA 자치수반을 만난 자리에서 전쟁 후 PA가 가자지구 통치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Aftermath of the massacre carried out by the IOF in Jabalia refugee camp moments ago. Over 100 are martyred and hundreds are wounded after the IOF used several one-ton bombs to level an entire residential block in the northern #Gaza refugee camp.
#GazaMassacre pic.twitter.com/hCv6jEEcyd
— Leve Palestina (@PicsOfPalestine) December 17, 2023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측은 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 문제, 팔레스타인 주민의 미래를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 PA 개편과 활성화에 대해 확실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통치를 맡기 위해선 PA가 신뢰성, 진정성, 책임감을 제고해야 한다며 필요한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87세의 아바스 수반이 18년째 재임 중인 점을 거론하며 PA 지도부 교체 등 광범위한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미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에서 신망이 있고 국제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더 젊고 능력 있는 인물을 의사 결정 직책에 앉히도록 아바스와 보좌진을 독려하고 있다고 액시오스에 전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거둔 세금을 PA에 전달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한 PA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국 신화통신에 설리번 보좌관과 아바스 수반이 이 같은 내용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앞으로 팔레스타인 상품이 이스라엘 국경 세관을 통과할 때 받은 관세 등 모든 세금을 PA에 전달하게 된다.
또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봉급 수령자 명단을 검토한 뒤, 하마스 대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세금 교부를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PA가 가자 내 하마스 관리들에게 세금 일부를 떼어준 사실을 지적하며,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거둔 세금을 교부하는 걸 축소 및 중단시켰다.
이스라엘은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에 따라 PA가 징수할 세금과 관세 등을 대리 징수하는 일을 맡았었다. 일부는 PA가 가자지구 비용으로 보내 보건의료 직원 등의 봉급을 포함한 행정비용으로 사용하게 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를 PA에 넘기지 않겠다는 뜻을 완강히 유지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또한 이스라엘 동의 없이 PA가 가자에서 역할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6일 PA의 가자지구 통치 관련 “그런 일이 일어나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 제거 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안보 통제 아래 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을 찾을 예정으로, 가자지구 전면전 종료 및 전술 전환 등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