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에 중국 연길을 방문했었다. 새로 시작한 “한민족, 한핏줄, 한동포” 프로그램을 현실화하기 위해 LA한인회의 임원진들과 함께 방문한 것이었다.
동포를 하나로 묶는 프로그램으로 월드옥타 연길 지회와 MOU체결을 하여 그 지역 청소년들과 한국, 미국의 청소년들을 교류시켜 친구도 만들게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민족이란 큰 지붕 아래 모국이 아닌 각기 다른 나라에 흩어져 살지만 미래를 이끌고 갈 차세대들이 같은 동포로서 교감을 갖게 하고, 그럼으로 자신의 뿌리에 대한 정체성을 정립시킬 수 있는 계기와 동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목적은 그것에 있었지만 정작 “한민족, 한핏줄, 한동포” 프로그램의 목적에 감화된 것은 우리 한인회 임원들이었고, 나 자신이었다.
월드 옥타 연길지회와 MOU체결을 맺는 장소에서 모두들 눈물이 그렁 거렸고 급기야 인사말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왜 그 장소에서 울음보가 터졌는지 우리 모두 딱히 설명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억누르기 힘들고 표현하기도 힘든 무엇인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 놓았었다. 그것은 이민자의 애환이었고, 민족의 한이었고, 동족에 대한 애달픔과 가슴으로 전달되는, 말이 따로 필요 없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었다.
중국 동포들은 나라가 백척간두에 놓였던 구한말 중국으로 건너간 애국 선조, 선각자의 후손들이다.
아마도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먼저 이민자로 한민족 디아스포라 역사를 시작한 이들이 바로 1세대 중국 동포들임은 분명하다. 선조들의 하와이 이민이 시작되기 전부터 망국이 위태로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또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독립 운동을 위해, 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간도로, 만주로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 이들이 바로 중국 동포들의 선조들이자 조부모, 부모들이었다.
이제 그 이민 선조들의 후손들이 중국에서 이곳 미국으로 쉽지 않은 제 2의 이주를 시작해 1만 명이 넘는 중국 동포들이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에 정착해 우리와 함께 같은 한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 동포사회는 물론 한국 정부 대표로 나와있는 LA 총영사관이 중국 동포들을 대하는 자세에는 여전히 편견과 오해가 적지 않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가주 중국동포 연합회의 설날 대잔치 행사를 대하는 LA 총영사관과 총영사의 태도는 이 같은 편견과 오해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었다.
지난 2월 3일 있었던 가주 중국동포연합회의 2024 설날 대잔치에 LA 총영사는 물론이고 담당 영사 조차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초대장을 발송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신도 하지 않았던 것은 중국 동포들에 대한 외면과 무시로 받아들이기 충분했다.
행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서야 보내온 축사 서신도 총영사에게 중국동포 설행사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간곡한 요청을 한 후에야 보낸 것이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총영사가 중국 동포를 홀대하고 외면한다고 느낄만한 태도였다.
본본가 지난 2월 12일자 기사(LA 중국동포들 뿔났다 LA 총영사, 중국동포 홀대) 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당시 담당 영사는 행사 참석이 불가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중국 동포들의 가슴을 후볐다.
담당 영사가 했다는 “중국 국적자이거나 중국 국적을 가진 적이 있는 중국 출신 동포들 행사에는 참석할 수 없다”거나 “행사장에 태극기가 걸려 있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다”는 등의 발언은 미국에 귀화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한인 동포들에게는 수용하기 힘든 것이다.
외교적으로 굴곡은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무슨 언어도단의 발언인지 납득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 대표로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외교관들은 중국 동포들의 행사에는 결코 참석할 수 없고, 참석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2019년 LA 한인회가 처음으로 ‘중국 동포 추석잔치’를 준비했을 때 참석했던 당시 LA 총영사관 담당 영사가 했던 축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당시 중국 동포 추석잔치에 참석한 LA 총영사관 담당영사는 축사에서 “왜 이런 일들을 진즉 나서서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나서서 했어야 하고 해야 하는 정말 의미 있는 일이어서 너무 고맙다”며 당시 추석 행사를 함께 기뻐해주었다.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 달라진 것이 없는 지금 LA 총영사와 총영사관의 태도는 왜 이리 구태의연하게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달라진 것이 없다기보다 오히려 중국 동포들까지 포용하는 재외동포 기본법이 제정되는 진전이 이뤄진 시점에 총영사와 총영사관이 보여준 태도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번 중국동포 설날 행사에 보여준 총영사관의 구태연의연하고 실망스러운 태도에 대해 LA 총영사의 분명한 사과가 필요하다.
지난해 제정돼 새롭게 시행된 재외동포기본법의 내용을 외교관으로서 숙지하고 있었는지 조자 의심스러운 담당 영사의 행태는 우선 질책의 대상이 되겠지만, 책임은 LA 총영사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한인 동포들을 감싸고 아울러야 할 책무를 방기하고 외면한 김영완 총영사가 책임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은 모든 이민자들의 최종 정착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도, 중국 동포들도, 오래전에 멕시코에 정착한 동포들도, 남미에 이주했던 분들도 결국은 미국으로 재이주해 정착하는 경우가 많아 ‘미주 동포’ 라는 념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이주한 동포들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져본 적이 없더라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타국으로 이주한 동포들의 후손’도 재외동포인 것이 당연해 공관장이나 영사들은 그 인식을 달리하고 동포 간 화합을 위한 밑거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재임 기간 편하게 큰 사고 내지 않고 지내다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길 바라며 , 변화와 새로움을 가져오는 쇄신의 리더십을 남기고 가는 공관장과 직원이 되어야 할것이다.
특히 중국 동포들은 한국의 통일 외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인적 자산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김영완 LA 총영사가 남가주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과 얼굴을 맞대고 정중히 사과하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데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로라 전 LA 한인회 제 33∙34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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