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1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 앞에서 공연하며 자신의 1회 공연 최다 관객수 기록을 경신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주간 ‘피플’ 온라인판 등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이날 호주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Melbourne Cricket Ground·MCG)에서 이어간 월드 투어 ‘디 에라스 투어’에서 무려 9만6000명 앞에서 공연했다.
가디언은 15년 전 스위프트가 멜버른에서 처음 공연했을 때 관객 수는 900명이었다고 복기했다.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는 현재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으로 알려져 있다. 1위는 인도 나렌드라모디 스타디움(약 13만2000석), 2위는 북한 평양의 릉라도(11만4000석)다.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 최대 수용 인원은 약 10만명으로, 무대 설치 등을 감안해 이번 스위프트 공연 관객수가 정해졌다. 당연히 이번 공연도 매진됐다.
스위프트는 지난 주 생애 최고의 한주를 보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제 6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정규 10집 ‘미드나이츠’로 ‘올해의 앨범’ 등 2관왕을 안았다. 일본 도쿄돔에서 나흘 연속 ‘디 에라스 투어’를 열어 22만명을 모았다. 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애인 트래비스 켈시가 속한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제 58회’ 슈퍼볼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직관’했다.
체력이 떨어질 법한데 스위프트는 멜버른 공연에서 화려한 쇼와 완벽한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가디언은 “감히 말하자면, 비틀스 이후로 이런 광적인 열광을 불러일으킨 음악가가 또 있을까”라면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쇼에 대한 엄청난 지지와 함께 티켓이 없는 팬들이 경기장 밖에 모여 함께 듣고 함께 노래하는 ‘테일러-게이팅(Taylor-gating)’ 관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수천 명의 낯선 사람들이 쇼 안팎에서 즉시 친구가 된다. 젊은 여성들은 손으로 만든 우정 팔찌를 교환하고 리폼한 서로의 의상을 칭찬한다”면서 “자신의 내면 속 아이가 치유되는 걸 느끼는 건 혼자만이 아니다. 스위프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소녀 시절을 되돌려주는’ 공연”이라고 부연했다.
콘서트마다 높게 평가를 받았던, 앨범 단위로 곡들을 묶은 세트리스트 구성은 이번에도 스위프트의 성숙 과정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이날도 세트리스트에 없는 ‘서프라이즈 송스’는 두 곡이었다.
이번엔 ‘레드’와 ‘유어 루징 미(You’re Losing Me)’를 들려줬다. 특히 ‘유어 루징 미’를 라이브로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11월 깜짝 정식 발매된 곡인데, 이전부터 팬들 사이에선 퍼졌던 곡이다. 이렇게 스위프트는 매 공연마다 새로운 선물을 준비하며 같은 구성이라도 변주를 주는 묘를 발휘하고 있다. ‘유어 루징 미’가 너무 절절한 ‘이별 노래’라 자신이 실제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너무 슬펐다는 반응이 호주 스위프티(스위프트 팬덤) 사이에서 다수 나왔다.
Melbourne Cricket Ground – MCG, Australia
You Need To Calm Down –
Taylor Swift Live at the MCG Melbourne Australia
Friday 16 February 2024
Wow pic.twitter.com/uh8oK0Dqxk
— Abhay (@AstuteGaba) February 16, 2024
현재 멜버른은 스위프트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팝업 스토어는 물론 스위프트를 환영하기 위해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Flinders Street Station)은 프로젝션으로 그녀의 이미지를 래핑하기도 했다. 특히 스위프트를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도 열린다. 이를 위해 각국의 스위프트 전문가들이 호주를 찾았다.
이 같은 파급 효과로 인해 스위프트의 내한공연이 불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국내 스위프트 팬들과 공연업계자들 사이에선 계속 나오고 있다. ‘비틀스’ 폴 매카트니,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등 거물급 팝스타들의 내한공연을 이끈 ‘슈퍼 콘서트’ 시리즈를 주최해온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스위프트의 도쿄돔 공연을 지켜본 뒤 “공연장이 없어 말도 못 꺼낸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디 에라스 투어’는 열릴 때마다 신기록을 쓰고 있다. 투어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까지 북미·남미 투어 60회 만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 콘서트 투어 사상 최초 매출 10억 달러(약 1조3275억원)(미국 공연 산업 전문지 폴스타(Pollstar) 집계)를 돌파했다. 이전까지 최다 매출을 기록한 팝스타 월드 투어는 영국 팝 거물 엘턴 존의 고별 투어인 ‘페어웰 옐로 브릭 로드 투어’다. 2018년 출발해 코로나19 기간 쉬면서 올해까지 이어졌다. 매출은 9억3900만 달러(약 1조2395억원)다.
스위프트는 17일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오는 23~25일엔 시드니 무대에 오른다. 내달 2~4일·7~9일 싱가포르에서 여섯 차례 공연한다. 유럽 투어도 예정돼 있다. 또 4월19일엔 정규 11집 ‘토처드 포이츠 디파트먼트(Tortured Poets Department)’를 발매한다. 최근 치프스의 슈퍼볼 우승 축하 현장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희생자 유족에게 약 1억원을 기부하는 등 바쁜 본업 가운데도 주변을 둘러보며 사회 공헌에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