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 가자 전쟁 진행 상황을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 정치를 위해 인위적으로 위기를 조성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25일(현지시각) 세 명의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 “백악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관련한 이스라엘과의 공개적인 균열을 ‘국내정치적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가 조성한 인위적 위기’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이날 찬성 14표 대 반대 0표, 기권 1표로 가자 지구에서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은 이전에는 안보리에서 관련 결의안을 세 차례나 반대했고, 자국이 발의한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투표에서 미국은 기존과 달리 기권표를 행사했다. 이에 이스라엘 측은 총리실 성명을 통해 미국이 “새로운 결의안을 비토(거부)하지 않았다”라며 “전쟁 시작 이후 안보리에서 취해 온 일관된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아울러 라파 지역 대규모 군사작전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추진하던 이번 주 워싱턴DC로의 대표단 파견을 결의안 채택 직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에 “당황스럽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액시오스는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아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하마스의 기습 직후에는 중동 맹방인 이스라엘을 지지했으나, 자국 대선을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표단 파견 취소를 두고 한 미국 당국자는 액시오스에 “그렇게 강한 감정을 느꼈다면 네타냐후 총리가 왜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 전에) 전화를 하지 않았나”라고 묻기도 했다.
아울러 액시오스는 또 다른 미국 당국자를 인용, “백악관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과잉반응을 했다고 보고 그 조치에 혼란스러워했다(perplexed)”라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는 결의안의 의미와 관련해 미국과 일치하는 입장을 택할 수도 있었다”라며 “그(네타냐후)는 정치적인 의도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은 이제 170일을 넘어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 초반 이스라엘을 지지했으나, 대선을 앞두고 전쟁이 길어지고 아랍계 민심이 악화하자 점점 압박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