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 월가를 뒤흔든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당사자인 한인 투자자 빌 황이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검찰은 황씨에 대해 “월가의 전설이 되려는 욕심으로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반면, 황씨 측은 “사기·주가조작을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 대상 주식의 가치를 봐서 투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3일 미 파이낸셜타임스(F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남부연방법원은 이날 사기 등 11개 혐의를 받는 황씨에 대한 1차 변론(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아케고스 창립자인 황씨는 아케고스 포트폴리오에서 증권 가격을 불법적으로 조작하고 투자은행 등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아케고스 자산 규모를 크게 부풀렸다는 것이다.
그가 설립한 아케고스는 2021년 초 투자 주가 급락 이후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며 큰 손실을 불러왔다.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이 이 사태로 총 100억 달러(약 13조65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사태로 55억 달러(약 7조53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위기설에 휩싸이다가 결국 자국 경쟁사인 UBS에 인수되기도 했다.
이후 뉴욕남부지검은 2022년 4월27일 황씨를 최고재무책임자(CFO) 패트릭 홀리건과 함께 증권 사기 및 금융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검찰은 황씨가 3년 전인 2021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가족 회사였던 아케고스를 범죄 기업으로 운영한 것은 더 많은 돈과 성공, 권력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황씨와 패트릭이 내부 투자 사업을 범죄 사업으로 전환한 것은 모두 황씨가 월가의 전설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황씨는 계속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이는 전략을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그들의 계획은 주식 파생상품을 비밀리에 거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가면을 벗겨졌을 때 그의 사업은 개인 투자 펀드가 조작과 거짓말로 지은 ‘카드 집'(house of cards·불안정한 계획)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씨 측 변호인인 배리 버크 변호사는 “황씨는 어떤 은행에도 거짓 진술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가 기업에 투자하는 등 위험을 많이 감수했기 때문”이라며 “황씨는 자신이 믿는 주식에 거액을 투자하는 ‘상당히 신중한 투자자'”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황씨가 투자 대상 주식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했기에 사기나 주가조작의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황씨가 고객 돈이 아닌 자기 돈으로 투자했다고도 했다.
또 버크 변호사는 황씨가 위험한 거래를 했고 종종 자신의 선택을 고수하면서 모든 것을 잃을 각오가 있는 것처럼 거래를 했다며 “무죄라는 압도적인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억만장자의 삶을 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케고스의 대표 거래자와 최고위험책임자(CRO)는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황씨는 미국 헤지펀드계의 전설로 알려진 타이거매니지먼트를 이끈 줄리안 로버트슨의 제자로, 월가에서는 ‘새끼 호랑이(Tiger Cubs)’로 불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로버트슨의 지원을 받아 ‘타이거아시아 매니지먼트 LLC’를 설립했다.
당시 회사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최고 5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아시아 최대의 헤지펀드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2012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중국 은행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4400만 달러 벌금을 물기도 했다.
빌 황은 이후 아케고스캐피털을 설립하며 재기했지만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로 월가의 공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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