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4명의 남성. 흥겨운 밴드의 연주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춤을 췄다. 주변 사람들도 박수를 치며 이들의 주위를 돌았다. 일부는 흥에 겨운 듯 남성들과 이들이 멘 짐을 향해 맥주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평범한 마을 축제의 한 장면 같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남성들이 메고 있는 것이 망자가 누워 있는 관(?)이라는 점이었다.
9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엘 오브세르바도르’ 등 외신은 마치 축제와 같은 남미 페루의 이색 장례식에 대해서 보도했다. 사실 페루의 농촌에선 장례식이 경건한 분위기가 아닌 축제처럼 치러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 착안한 일부 장례업체들이 8년 전부터 이런 이색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지의 한 장례업자는 이후 여러 지역으로 확산됐고, 북북 지역에선 전통처럼 굳어졌다고 전했다.
외신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페루 후아초(Huacho)에서 열린 춤추는 장례식 영상이 공개됐다. 이달 초 사망한 지역 농부 마르셀리노 하만카(Marcelino Jamanca, 72)의 장례식이었다. 이른바 ‘죽음의 무용수’라고 불리는 관을 짊어진 4명의 남성은 마을 밴드의 연주에 맞춰 스텝을 밟았다. 고인의 손녀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슬프지만, 우리는 할아버지가 사랑했던 음악과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장례식은 고인의 관에 맥주를 뿌리고 작별을 고하면서 끝났다.
한편 ‘죽음의 무용수’들은 다른 직업이 있는 사람들로 여가 시간을 활용해 장례식 연습을 한다. 겉보기엔 흥겹게만 보이지만, 실제론 매우 고된 일이다. 일부 관의 무게는 100kg도 훌쩍 넘어 무용수들은 장례식을 치르면서 부상을 입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한 무용수는 “힘든 일이지만, 고인들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며 장례식을 대하는 경건한 마음가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