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할 경우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완충지대’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경우 “그러한 행동에 대해 러시아군은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처럼 우크라이나에 완충지대를 만들어 러시아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타스 통신은 ‘그러한 행동’에 대해 ‘평화로운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이란 편집자주를 달았다.
프랑스 등 무기 사용 제한 해제를 지지하는 국가들은 ‘국제법’을 따르고 ‘민간시설’은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미사일 발사 지점 등 ‘군사 목표물’만 타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압박을 받았던 미국은 일부에 한해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날 익명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를 방어하는 것에 한정해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비밀리에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의 확전,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우려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전면 금지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 10일 하르키우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개시한 뒤 우크라이나가 더욱 수세에 몰리자 이 곳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러시아 내 군사기지를 타격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하르키우주 공격은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 드론 등으로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자하로바 대변인이 비례적 대응으로 ‘완충지대’를 언급한 것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 점령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과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핀란드, 캐나다, 폴란드, 네덜란드 등이 무기 사용 제한 해제를 지지했다.
독일은 ‘무기 공급 국가의 조건을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동의했지만 독일산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루스’를 공급하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이날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