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좋아하세요?
만남
커뮤니티 서비스 행사에서 브레아시를 대변해 나온 앤드류 헤레라,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 일원으로 참석한 알렉스 김. 두 사람의 역사적인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앤드류는 브레아시와 한국 경기도 안성은 지난 2011년 자매결연도시를 맺었고, 지난 4월 브레아 청소년들이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안성을 방문하면서 연이 이어졌다. 앤드류는 그래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앤드류와 알렉스는 그렇게 한국 문화에 그리고 경기도 안성 이야기를 했지만, 알렉스는 잘 모르는 안성.
하지만 K-Pop으로, K-Drama로 이야기는 확대됐지만 역시 알렉스는 잘 몰랐다.
알렉스는 앤드류에 대해 ‘한국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구나!’ 라며 조금은 뻘쭘한 상황에서 운동 이야기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 이야기가 나오면서 알렉스는 앤드류의 몸이 탄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몰론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몸을 훑어본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알렉스는 앤드류에게 물었다. “야구 좋아하세요?” 앤드류는 야구 광 팬이었다.
아들 그리고 친구
알렉스씨의 아들 대학 여자사람친구는 한국 문화에 흠뻑 빠져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대부분 느끼듯이 유학생 등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한국사람들보다 훨씬 더 한국문화에 빠져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여자사람친구의 남자친구가 ‘헉!’ 야구선수 출신이다. 대만계 애런 퐁이다.
알렉스씨는 그렇게 애런을 소개받았다. 대만계인 애런은 역시 동양인의 피가 흐른다고 칭찬한다. 동양인의 피, 예의가 바르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심성이 착하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아내
알렉스씨의 아내는 친구들과 모임을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교롭게도 만나는 친구들도 K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고 많이 알고 있다. 그러면서 사는 이야기, 남편들 이야기.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강이야기, 운동 등등등, 아내 친구들의 남편이 야구를 좋아한단다.
아내들끼리 K-문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남편들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말에 남편을 내보낼 수 있는 믿음이 생겼고, 남편은 주말에 가정에서 해방되는 순간이 만들어졌다.
‘제너럴스’
알렉스씨는 ‘정말 소설로 써도 말도 안된다며 첫 장을 넘기지마자 덮어버릴 듯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그렇게 저렇게 만난 사람들을 모아 ‘제너럴스’라는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직접 감독을 맡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팀이어서 팀원 80% 이상이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어쩌면 한국을 한인보다 더 잘 아는 타인종으로 구성됐다. 혹은 한국문화를 너무 잘아는 아내, 여자친구를 뒀다.
제너럴스는 어떻게 보면 한국문화가 만들어낸 K-Culture 야구팀이다.
모두 다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내가 잘 몰라도 여자친구가, 아내가 너무 한국문화에 푹 빠져서 등 떠밀려 나온 선수도 있다.
그렇게 모여 캐치볼을 하다 한미야구리그가 LA와 오렌지카운티가 통합돼 새롭게 출범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조민철 회장의 팀 합류 제안을 받으면서 리그에 합류했다.
제너럴스 팀 외국인(?) 선수들은 스포츠부 경험 등이 있다. 승부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어떨 때는 게토레이 통을 박살내고 (물론 그 후 다시 자비로 사다놓기는 하지만), 경기 내내 욕을 내뱉으며 승리를 갈망하는 팀에서 팀원으로 뛰던 또는 그런 팀을 보며 스포츠 마초맨으로 지내왔다.
한미야구리그 리그 첫 경기… 상대팀 선수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함께 오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심지어 아버지 어머니도 함께 구경삼아 야구장을 찾는 것이 생소했다. 어른 또는 자녀들이 보기에는 남자들의 스포츠는 욕지거리가 난무하고, 폭력적이며 때로는 말다툼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교육상 좋지 않다.
그런 우려속에서 앞 팀의 경기가 시작됐고, 다음 우리팀 경기를 준비하며 경기를 관전했다.
아무래도 사회인 야구이다 보니 실책도 나오고, 몸에 맞는 볼도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상대타자 몸에 공을 맞춘 투수가 다가와 ‘괜찮냐’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엉덩이를 툭툭친다. 동성을 좋아한다는 그런 느낌은 아니다. 뭔가가 다르다.
욕을 내뱉는 선수도 없다. 화는 내지만 잠시 뿐이다. 상대팀의 자녀들과 친하게 지내며 심지어 먹을 것도 준다.
상대팀 선수 부모들에게 가서 깍듯이 인사를 건내고, 인사를 받은 그들의 부모는 선수의 어깨를 툭툭친다.
‘아마도 첫 경기를 치른 앞 경기 두 팀들은 오랫동안 친해서 그랬나보다’
그런데 한 주, 두 주 시즌이 진행됐고, 두 번째 경기를 치른 팀들도, 그리고 세번째 경기를 치른 팀들도, 심지어 경기를 마치고는 함께 뒹굴었던 적(?)들끼리 식당에 모여 같이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면서 깔깔댄다. 당연히 가족들도 함께 한다.
제너럴스의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문화에 이미 흠뻑 빠진 가운데, 한국의 정 문화에 대해 이제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물론 다른 타인종 사회인 야구 팀들도 그렇게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 가족인 느낌, 모두가 적이지만 또 같은 순간 모두가 가족인 느낌은 한미야구리그가 처음이라고 그들, 외국인 선수들은 말했다.
제너럴스 팀은 그렇게 지금 9주차까지 경기를 치러왔다.
외국인으로 구성돼 처음에는 다른팀들의 경계대상 1순위였지만 이들 역시 아빠들이고 동네 아저씨라는 것을 파악한 상태팀들의 경계도 풀어졌다.
제너럴스는 9주차를 마친 현재 5승 3패 1무로 동부조 4위를 달리고 있다. 당연히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고, 당연히 오래 이들과 함께, 그리고 한미야구리그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다며 9주차 경기를 마치고 노을을 등진 주차장에서의 회의를 마치고 각자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차 안에서는 K-Pop이 흘러나왔다.
‘제너럴스’, 한국문화가 엮어준 소중한 팀이 한미야구리그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하나 존재한다. 제너럴스 팀에서 한글로 작성된 이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