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미국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70·뉴저지)에 대해 16일 뇌물 등 혐의로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메넨데스 의원에 대해 제기된 16개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배심원단은 3일에 걸쳐 약 13시간 동안 심의한 후 평결을 내렸다. 메넨데스에 대한 혐의는 뇌물 수수, 강탈, 사법 방해, 이집트의 대리인 활동 등 16가지다.
이 평결로 메넨데스는 외국 정부의 요원으로 행동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최초의 미국 상원의원이 되었고, 재임 중 연방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곱 번째 상원의원이 되었다고 NYT는 16일 보도했다.
메넨데스 의원에 대한 시드니 H. 스타인 판사의 선고는 10월 29일 내려지며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 중 8개는 20년형이 가능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평결은 메넨데스 의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지 7년만에 나왔다. NYT는 메넨데스 의원이 올해 재판이 집중적으로 열리는 기간 2개월간 입법 활동의 중심인 워싱턴이 아닌 법정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외국 정부 요원 활동 등 16개 혐의가 모두 유죄 평결을 받아 그는 40년 정치경력에 최후의 일격을 당했으며 11월 선거로 임기가 끝나기 전에 퇴임하라는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척 슈머 뉴욕 민주당 상원의원은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이제 자신의 유권자, 상원,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해야 하며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넨데스 의원은 재판 전부터 사임 요구를 받았으나 거부했다. 이번 평결 이후에도 그가 자발적으로 사임하지 않으면 매우 드물 사례지만 상원 동료들에 의해 추방 투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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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넨데스 의원은 배심원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며 “법과 사실이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모든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항소에서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일상적인 입법 활동을 범죄로 규정했다”며 이집트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점도 부인했다.
그는 “나는 결코 외국 요원이었던 적이 없다”며 “오늘 배심원단이 내린 결정은 모든 미국 상원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검찰의 데미안 윌리엄스 검사는 “메넨데스 의원의 활동은 통상의 정치가 아닌 (개인적) 이익을 위한 정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부패는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대중의 신뢰를 깎아먹고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한편 NYT는 민주당 소속인 앤디 김 하원의원이 메넨데스 의원 기소 후에 출마 의사를 밝혀 메넨데스 의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고 전했다.
앤디 김은 뉴저지주에서 하원의원 3선을 지낸 데 이어 지난달 뉴저지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설 후보로 선출됐다.
뉴저지주는 민주당 지지가 강한 곳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메넨데스 의원이 낙마할 경우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메넨데스 의원은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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