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임·교체 여부 논란이 불거졌던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선출될 후임 정책위의장이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국민의힘 의원들을 잘 이끌어서,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와 3년 후 대선에서 꼭 승리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직을 내려놓기로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를 묻자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건 아니고, 사임에 관한 당 대표의 의견을 들은 게 어제 오후 2시경”이라며 “그 직후 사무총장께서 공개적으로 당 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들은 사퇴하라’고 한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후에 고민을 많이 하고 원내대표와 상의했다”며 “결국 향후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그 이전에는 누구로부터 제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의 소통 여부를 두고는 “전혀 그런 것 없다. 저와 원내대표가 계속 상의했고, 어제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던 건 결국 당헌의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는 당직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들은 일괄 사퇴하라’고 이야기했는데, 당헌상 당 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면직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정책위원회는 당 기구가 아닌 원내 기구에 설치돼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 러닝메이트로 의원총회에서 선출되다가, 여러 사정을 감안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해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당헌상으로 임기가 규정돼 있는 보직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네 보직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의원들께서도 당헌과 배치되는 주장에 따라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결국 당원과 의원들께서 원하시는 건 당의 화합과 2년 뒤 지선·대선 승리 아니겠나”라고 사퇴를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한동훈 대표 취임 직후 사퇴를 표명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는 “그 당시에는 누구도 사임하라는 요청이 없었다. 거취에 대한 고민 자체를 안 했다”며 “소위 당 3역이라고 하는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요구할 때는 최소한의 공식적인 절차는 거쳐야 한다. 당 대표의 측근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언론을 통해서 하는 말에 따라 제 거취를 결정할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지 않더라도 화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두고는 “저 역시 그런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이 사안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주요 언론에서 다루다 보니까 제가 유임하는 게 당 화합을 저해하는 결과로 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짚었다.
정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한 대표가) 우리 당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다, 그러려면 새로운 인물과 함께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간곡하게 말씀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동훈 지도부 출범 이후 친윤계인 정 의장의 유임·교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친한계의 잇따른 사의 요구에도 정 의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왔고, 서범수 사무총장은 전날 임명직 당직자 일괄사퇴를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접견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인선은 당 대표 권한”이라며 “우리 당이 변화해야 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