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자 복싱 대표 안젤라 카리니(26)가 46초 만에 올림픽 경기를 포기하면서 ‘XY 염색체’를 가져 성별 논란이 불거졌던 이마네 칼리프(알제리)가 여자 복싱 8강에 진출했다.
지난 달 31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카리니는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25)와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16강에서 1라운드 46초 만에 기권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카리니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링에 올라갔다”면서도 “내 건강을 위해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펀치를 전에 느껴본 적이 없다. 두 번째 펀치를 맞은 후 나는 코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고 했다.
칼리프의 승리가 선언된 후 카리니는 링 위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카리니의 상대 선수는 린위팅(29·대만)과 함께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칼리프 선수다.
카리니는 칼리프의 출전 자격을 두고 “저는 판단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니다. 공정한지 불공평한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저는 제 일을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안젤라 카리니 측 코치 에마누엘레 렌치니는 “카리니는 코에 주먹을 맞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한 번의 주먹질로 그녀는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끝난 후 카리니의 모국인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이 경기는 대등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경쟁이 아니었다”며 출전을 허용한 IOC의 결정을 비판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 유전적 특성을 가진 운동선수는 여성 경기에 참가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성 운동선수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칼리프는 202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린위팅은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승전을 몇 시간 앞두고 칼리프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를 넘겨 실격 처리됐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국제복싱협회(IBA) 회장은 “DNA 검사 결과 XY 염색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스포츠 행사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지을 수 없다. 칼리프는 IOC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며 출전을 허가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치권은 “불공정하다. 잠재적으로 위험한 경기가 될 수 있다”고 항의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미친 짓을 끝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여성 복서가 부상을 당해야 하냐, 여성 복서가 죽어야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칼리프는 오는 4일 대회 8강전에 나선다. 아직 상대는 미정이다. 칼리프와 함께 성별 논란이 일었던 대만의 링위팅은 복싱 57㎏급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