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13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가자사태로 분노한 아랍계 유권자들의 표심은 좀처럼 민주당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남은 기간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향후 대선 승패를 가를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폴리티코는 23일 “해리스 선거운동은 미시간주 아랍계 미국인들로부터 깊은 회의론에 직면해 있다”며 “그들 중 상당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전쟁 대응에 경악하며, 누구를 지지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대선에서 아랍계 유권자들은 59%가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하며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에도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반(反)이슬람 성향을 여러차례 내비친 것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전방위 보복을 지켜보며 바이든 행정부에 환멸을 가지게된 이들이 상당수기 때문이다.
많은 아랍계 인사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와 레바논에 폭탄을 투하하는 과정에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가 가담했다고 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특히나 해리스 후보가 가자사태 대응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과 갈라서지 않은 점에 실망했다고 한다.
미시간주 아랍계 신문 발행인인 오사마 시블라니는 “사람들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있다. 마치 누군가 그들의 머리를 사각 나무판으로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단지 해리스를 벌주기 위해, ‘너희가 한 짓을 봐라’면서 트럼프에 투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랍계 유권자들의 분노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낸다.
아랍미국인연구소가 지난 2일 발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아랍계 유권자의 해리스 후보 지지율은 41%에 불과했다.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42%로 더 높았다. 아랍뉴스 리서치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후보가 43%, 해리스 후보가 41%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를 찍지 않더라도, 투표 자체를 포기하거나 제3 후보를 선택하면 해리스 후보에게 손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러한 아랍계 민심 탓에 해리스 후보가 미시간주에서 승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시간주는 과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블루월’로 꼽혔으나,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상당수 노동자들이 트럼프 후보 지지로 돌아서 현재는 경합주로 분류된다.
해리스 후보로서는 반드시 잡아야하는 지역 중 하나인데, 미시간주 아랍계 인구는 40만명에 달한다. 경합주 승패를 충분히 좌우할 수 규모다.
미시간주 디어본에 본사를 둔 아랍계 미국인 팩(PAC·정치활동위원회)은 지난 21일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 어느쪽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시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단체 ‘언커미티드 내셔널 무브먼트’도 지난달 성명에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정책을 바꾸지 않는 해리스 후보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 의회에서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 있는 라시다 틀라이브(민주·미시간) 하원의원도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보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