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인근에서 여객기와 충돌한 미국 군용 헬리콥터가 사전에 승인된 고도 및 경로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 시간) 네 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 헬기인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는 레이건 국제공항 상공을 가로지르던 당시 당초 다른 위치에서 지상을 향해 고도를 낮출 예정이었다.
NYT는 “헬리콥터는 번잡한 상업 공역에 진입할 때 항공관제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에서 헬기 조종사는 200ft 고도 이하 포토맥강 동쪽 둑에 인접한 구체적이고 사전에 정해진 경로를 사용하겠다며 허가를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경로대로 비행했다면 아메리칸항공 여객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비행 중이던 헬리콥터 조종사는 아메리칸항공 여객기를 시각적으로 확인했고, 관제사는 헬리콥터에 해당 경로를 따르며 여객기 뒤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NYT는 소식통들을 인용, “그러나 헬기 조종사는 의도한 경로를 따르지 않았다”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헬기는 200ft 이하가 아닌 300ft 이상 고도에 있었고, 승인된 경로에서 최소 반 마일(약 800m) 이상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헬기를 조종한 조종사는 이전에도 해당 경로를 비행한 적이 있었으며, 공항 인근에서의 비행 고도 제한과 엄격한 항로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블랙박스 분석 전까지는 평가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29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국제공항 상공에서는 승객과 승무원 등 64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블랙호크 헬기와 충돌해 인근 포토맥강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돌한 헬기에는 3명의 군인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사망자 명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구조 당국은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28구의 시신이 수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여객기 블랙박스를 회수했으며, 사고 헬기와 관제탑 통신 내용도 대중에 공개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