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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이어 프리도 1위…최종 총점 222.38점 ‘개인 최고점’
김연아·이해인 이어 한국 여자싱글 선수 역대 3번째 우승
‘하얼빈의 여왕’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김채연(수리고)이 안방에서 열린 사대륙선수권에서도 완벽한 ‘금빛 연기’로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김채연은 2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사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8.27점, 예술점수(PCS) 70.09점, 총점 148.36점을 받았다.
앞서 쇼트프로그램에서 총점 74.02점을 받았던 김채연은 최종 총점 222.38점으로 우승했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이어 최근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이다.
또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을 세웠던 김채연은 이날 프리스케이팅과 총점에서도 개인 최고점을 뛰어넘었다.
아울러 지난해 사대륙선수권에서 지바 모네(일본)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은메달에 만족했던 김채연은 마침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사대륙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우승한 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2009년 사대륙선수권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가 최초 우승한 뒤 2023년 대회에서 이해인(고려대)이 한국 여자 싱글 선수로는 14년 만에 두 번째로 정상에 올랐다.
남자 싱글에선 2022년 차준환(고려대)이 유일하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금빛 연기였다. 모든 점프 과제를 클린한 김채연은 기술 수행으로 가산점(GOE) 13.31점을 챙겼다.
경쟁자였던 일본, 미국 선수들을 압도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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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늦은 11세에 피겨에 입문한 김채연은 선배 이해인과 후배 신지아(세화여고)에게 가려져 오랜 기간 이인자 자리에 머물렀다.
주니어 무대부터 꾸준히 국제 대회에서 선전했지만, 그때마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랬던 김채연이 한국 여자 싱글 일인자로 올라서기 시작한 건 2023~2024시즌부터다.
2024년 2월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김채연은 같은 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동메달을 수확했다.
그리고 처음 나선 국제종합대회인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번의 실수 없는 클린 연기로 세계 최강으로 불린 사카모토 가오리(일본)에 짜릿한 역전 우승했다.
김채연의 상승세는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도 계속됐다.
강행군으로 체력 소모가 우려됐으나, 쇼트프로그램부터 1위(74.02점)에 오르더니,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개인 최고점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후반부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난 상황에서도 김채연은 정신력을 발휘하며 흔들림 없이 연기를 마무리했다.
두 대회 연속 금메달로 김채연은 자신감을 얻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계 아시안게임과 사대륙선수권을 통해 긴장을 얼고 해야 할 요소에 집중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은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또 한 번 금빛 연기에 도전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국가별 쿼터가 걸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빛난다면, 김연아 이후 또 한 명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