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부자 도시 순위에서 서울이 1년 새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 회사 헨리앤드파트너스와 글로벌 자산 분석기관 뉴월드웰스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세계 50대 부자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백만장자가 가장 많은 도시는 뉴욕으로 38만4천5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위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34만2천400명), 3위는 일본 도쿄(29만2천300명), 4위는 싱가포르(24만2천400명), 5위는 로스앤젤레스(22만600명)였다.
한때 상위권을 유지하던 영국 런던은 21만5천700명으로 처음으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미국 기술 산업의 지배력 강화, 브렉시트, 조세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은 전 세계 50대 도시 중 가장 큰 순위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백만장자 수는 6만6천 명으로, 전년도 8만2천500명에서 2만6천500명이 줄어 24위로 밀려났다. 2022년에는 19위였다.
보고서에서 백만장자는 상장사 주식, 현금, 암호화폐 등 투자 가능한 유동 자산이 미화 100만 달러(약 14억7천만 원) 이상인 개인을 의미하며, 부동산은 제외된다.
서울의 억만장자, 즉 자산이 1억 달러(약 1천470억 원) 이상인 개인도 전년도 195명에서 지난해 148명으로 줄었다.
10년 전과 비교한 서울의 백만장자 증가율도 둔화됐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의 증가율은 17퍼센트로, 전년도 보고서에 기록된 28퍼센트보다 낮았다.
헨리앤드파트너스와 뉴월드웰스는 서울의 순위 하락 원인으로 원화 약세, 자산가의 해외 이탈, 정치적 불안 등을 꼽았다.
뉴월드웰스의 앤드루 어모일스 연구총괄은 “2024년 들어 한국 원화는 미 달러 대비 상당한 절하를 겪었다”며 “달러 기준으로 환산한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2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해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2.5원으로 1년 전(1,288.0원)보다 14퍼센트 상승했다. 원화 기준 코스피는 약 10퍼센트 하락했지만, 이를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손실폭은 더 컸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탈도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헨리앤드파트너스가 별도로 집계한 ‘2024 국가별 백만장자 순유출 추정치’에서 한국은 1천200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중국(1만5천200명), 영국(9천500명), 인도(4천300명)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어모일스는 “정치적 상황과 시위 등 사회적 불안이 자산가 유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