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부터 23일간 LA 다저스는 다저스 구장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 3경기 모두 신인 선수들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늘 주장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상황들을 영화로 만들면 뻔한 시나리오, 말도 안되는 스토리, 상상력의 한계, 등 갖가지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진짜 경기에서 발생하면 드라마틱한 경기, 영화같은 경기 등으로 포장된다.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다저스는 21일 맷 비티가 끝내기 2점 홈런으로 4-2 승리, 22일 에는 연장 11회 알렉스 버두고의 끝내기 홈런으로 5-4 승리, 그리고 23일에는 윌 스미스(영화배우 아님)의 끝내기 3점홈런으로 6-3 승리를 거뒀다. 3일 연속 새내기들의 홈런포로 승리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일이다.
알렉스 버두고는 마이너리그 시절 코디 벨린저보다 나은 평가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벨린저보다 먼저 승격할 선수로 분류됐다. 그런에 이상하게 마이너리그에서 펄펄 날던 버두고는 메이저리그에만 오면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인 버두고는 당시 비슷한 스타일의 푸이그가 있어서 주눅이 들어서 그랬나?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2017년 다저스가 기회를 줬지만 스스로 무산시킨 버두고는 그해 벨린저의 활약을 마이너리그에서 늘 말하는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지켜보다 벨린저가 신인왕을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2018년에도 활약을 이어가지 못하던 버두고는 올해 푸이그가 떠난 후 메이저리그로 승격돼 신인왕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무래도 푸이그 영향이 맞았던 것 같다.
맷 비티는 버두고와는 3살형이고, 벨린저에게는 2살 형인 늦깍이(?) 신인선수이다. 2015년에 다저스에 지명돼 마이너리그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라고 마이너리그 감독이 추천해 올해 다저스에서 역시 대체선수, 주전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때 필요한 선수로 잠깐 불러올려졌다. 그런데 지금 사고치고 있는 중이다.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풀시즌을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내년이 기대되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물을 마신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 가서 훨씬 더 자신의 능력치 120% 이상을 발휘하려고 무진장 노력한다고 한다. 특히 전세기를 타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요새는 먹는거 이야기 하는 선수들은 없다)
그리고 마지막 3번째 끝내기 홈런으로 대기록을 만든 윌 스미스. 그의 이름 옆에는 (기자도 그랬지만) 늘 영화배우 아니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다저스가 지난 시즌을 마친 후에도 공 못잡는 포수라지만 그래도 아쉬운 야스마니 그랜달과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 트레이드 시장에서 포수 영입할 것이라는 수많은 루머속에서도 그냥 조용히 러셀 마틴과 1년 계약하고 시장을 빠져나온 이유가 바로 이 윌 스미스 때문이다. 다저스의 포수 미래라고 애지중지 키우던 선수인데 자신의 진가를 이날 경기에서 확인해줬다. 그러고 보니 다저스는 투수 왕국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배터리인 포수들도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 엔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전 감독이 그랬고, 타격만 잘하면 포수는 그냥 평균만 하면 된다는 마이크 피아자도 있었다. 당시 피아자가 수준급, 몰리나 형제 반 정도만 했어도 다저스는 그 때 월드시리즈 우승했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1995년생인 윌 스미스는 다저스의 안방 마님이 될 며느리 1순위다.
다저스는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 신데렐라가 나타나는 시나리오를 지금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역시 영화로 만들어지면 뻔한 스토리인데 이게 인간극장이 되니까 감동을 준다.
유리베(한때 류현진 절친)의 부진으로 고민하던 때 저스틴 터너가 나타났고, 외야 내야 공백을 메우기위해 잠시 땜방(?) 대체선수로 영입한 크리스 테일러는 효자가됐다. 대형 마트 지게차 운전수였던 앤드류 톨스가 대형 신데렐라 스토리를 준비하다 부상으로 빠지자 코디 벨린저가 나타났고 그리고 지난해에도 뜬금없이 먼시가 나타나 신데렐라 스토리를 이어갔다. 그리고 올해 버두고까지.
극장에 내걸렸으면 영화 평론가들의 악평이 줄을 이었을 다저스 스토리는 현실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토리로도 성적으로도. 사실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스토리는 만들어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