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칼럼니스트로 이번 주부터 본보에 유익한 부동산 칼럼을 기고하게 된 데이빗 홍 (David Hong) 대표는 LA에서 활동 중인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로, 감정평가, 건설, 자산관리 등 부동산 전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갖춘 사업가입니다. 과거 외식업에도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현재는 현장 중심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관련 정보를 Threads를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90년대 후반, 대학 시절 내 즐겨 찾던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 있었다. 이름부터 생생한 Baja Fresh는 당시만 해도 신선한 재료를 내세운 멕시칸 음식점으로 색다른 충격이었다. 미국 내 패스트푸드 체인이 대부분 가공품을 쓰던 시절, “No Freezers, No Microwaves, No Can Openers”라는 이들의 철학은 당시엔 꽤 급진적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90년대 시작된 이 브랜드는 창업자 Jim과 Linda Magglos 부부의 손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2002년, 웬디스(Wendy’s)가 이 회사를 약 2억 7,5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제2의 치폴레”로 키우겠다는 야심도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단 4년 만에 매각, 그것도 인수금의 약 1/8 수준인 3,100만 달러에 되팔린 것이다.
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Baja Fresh의 핵심 강점이자 약점이었던 신선한 재료 철학이었다. 중앙 주방(Central Kitchen) 없이 매장에서 모든 식재료를 매일 손질하다 보니 운영비는 높고, 품질 편차는 심해졌다. 매장마다 맛이 다르다는 소비자 리뷰가 끊이지 않았고, 인건비와 식자재비가 치솟으면서 수익성도 악화되었다.
두 번째는 프랜차이즈 확장 속도였다. 실제 Franchise Disclosure Document (FDD) 상엔 평균 매출이 높게 보일지 몰라도, 이는 테스트된 모델이 아니었다. 많은 가맹점이 제대로 수익 구조를 분석하거나 원가율을 검증하기 전에 뛰어들었다가, 실망스러운 수익에 직면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웬디스 체제 하에서 매장당 매출은 계속 하락했고, 2006년엔 약 5,900만 달러의 손실까지 기록했다.
세 번째는 문화의 불일치다.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 운영 철학과 Baja Fresh의 장인정신 사이엔 애초에 궁합이 맞지 않았다. 웬디스는 매장 효율과 표준화에 집중했고, Baja Fresh는 현장 중심의 느린 철학이었다. 이 둘이 충돌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은 희미해졌고, 결국 소비자도 등을 돌렸다.
현재 Baja Fresh는 캐나다 기반 MTY Food Group이 2016년에 인수하여 조용히 운영 중이다. 한때 300개를 넘겼던 매장은 이제 약 160개 남짓(2024년 기준)이다. 프랜차이즈 성공신화 뒤에는 반드시 운영 테스트, 수익 검증, 구조 정립이라는 기반이 필요하다. Baja Fresh의 사례는 그런 의미에서 교훈적이다.
”맛은 있었는데…“로 기억되는 브랜드가 되지 않기 위해선, 단순히 좋은 음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프랜차이즈는 음식보다 숫자와 시스템으로 말하는 사업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