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바람의 가문’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KT 위즈 코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시즌 중 팀을 떠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아들이자 ‘바람의 손자’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고, 이종범 전 코치의 사위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은 최근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이종범 전 코치의 KT 퇴단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KT는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종범 전 코치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KT 관계자는 “이종범 코치가 지난주 초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구단은 만류했지만, 협의 끝에 이종범 코치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종범 전 코치가 사임 의사를 전달한 이유는 야구 예능 프로그램을 위해서였다. JTBC의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 제의를 받은 그는 시즌 중 팀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지난해 10월 2군 외야·주루 코치로 KT에 합류한 이종범 전 코치는 5월부터는 타격 파트를 맡아 유한준·김강 코치와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러나 전반기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코치직을 내려놨다.
1루 주루코치를 박경수 퀄리티콘트롤(QC) 코치가 맡고 있고, 타격 파트는 유한준·김강 코치가 있어 공백이 없다는 것이 KT 구단의 설명이다.
공백 여부를 떠나 이종범 전 코치의 퇴단 사실은 야구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프로 구단의 현역 코치가 시즌 중 팀을 떠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KT 구단과 선수단도 이종범 전 코치의 퇴단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KT가 한창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 개인의 욕심을 위해 팀을 떠난 이종범 전 코치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KBO리그 레전드 출신이 코치로 오면서 기대감을 품었던 팬들은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현 KIA) 왕조를 이끈 후배에게 손을 내민 이강철 KT 감독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이 한창인 상황에서 KT 구단에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종범 전 코치를 섭외한 ‘최강야구’를 향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버지가 거센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정후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2023시즌을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에 계약하고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이정후는 지난해 5월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데뷔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빅리그 2년차를 맞은 이정후는 시즌 초반 펄펄 날았다. 4월 한 달 동안 26경기에서 타율 0.324 3홈런 16타점 17득점에 OPS(출루율+장타율) 0.908을 작성했다.
4월 중순에는 MLB 전체 2루타 1위에 올랐고, 4월 12~14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홈런 3방을 몰아치며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연일 이정후를 향해 찬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5월 들어 타격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5월에 나선 27경기에서 타율이 0.231에 불과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부진 탈출을 돕기 위해 타순을 조정하고 휴식을 줬지만, 부진은 더욱 깊어졌다.
6월은 이정후에게 악몽같은 한 달이었다. 24경기에서 타율이 0.150에 불과했다.
좀처럼 반등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이정후는 28~3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3연전에서 10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종범 전 코치의 사위이자 이정후의 매제인 고우석도 최근 방출 통보를 받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에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고우석은 마이너리그에서만 머물렀고, 지난해 5월에는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끝내 빅리그에 승격하지 못하고 2024시즌을 마친 고우석은 올해 2월에는 오른손 검지 골절상을 당했다.
5월초 부상을 털고 복귀했으나 고우석에게 빅리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이달 중순에는 마이애미에서 방출됐다.
고우석은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가기로 하고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그는 이적 후 2경기에 등판해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이정후, 고우석이 나란히 MLB에 진출하면서 ‘바람의 가문’은 미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한·미·일 프로야구 최초의 ‘부자 MVP’라는 진기록을 써낸 이종범 전 코치와 이정후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에는 ‘바람의 가문’에서 누구도 웃지 못하고 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