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첫 여성이자 성소수자 대주교가 탄생했다.
3일 외신들에 따르면 웨일스 성공회는 지난달 30일 교구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체리 반(66) 주교를 새 대주교로 선출했다.
반 대주교는 영국 성공회의 첫 여성·성소수자 대주교다. 성공회는 미국 진 로빈슨 등 게이 주교를 배출한 적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레즈비언 대주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대주교는 1994년 영국 국교회(잉글랜드 성공회)에서 최초의 여성 사제 중 한 명으로 서품을 받았다.
반 대주교는 웨일즈 대주교 선출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가디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과 관련해 “하나님이 부르셨다는 강한 믿음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5년 전 몬머스 주교가 된 반 대주교는 30년 지기 파트너인 웬디 다이아몬드와의 관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2020년부터 웨일스 교회에서 사역한 것은 영국 국교회에서 보낸 오랜 세월과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웨일스 성공회는 1920년에 영국 국교회에서 분리됐다. 웨일스 성공회는 동성애와 동성 동반자 관계를 모두 허용한다. 영국 국교회는 법적으로 동성 관계를 허용하지만, 동성애 성직자들은 독신을 유지해야 한다.
그는 “영국의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용감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사제 서품을 받을 때 특히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면서 오랫동안 성 정체성과 동반자를 숨겨야 했던 과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동성 결혼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 대주교는 “개인적으로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웬디와 30년 함께 해왔고 결혼 서약을 했으며 서로에게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교회 내 동성 결혼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언제 시행되느냐는 것”이라면서 다만 “강력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도자로서 나는 신학적 근거가 있는 그들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가디언은 “반은 1994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사제 서품을 받은 여성 중 한 명이었고, 이젠 영국 최초 여성이자 첫 동성애자 대주교가 됐다”며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을 완벽하게 깨뜨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