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상전 공세에 전력을 쏟는 한편 드론·미사일 공습은 축소하고 있다.
전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어 러시아의 협상 입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중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러시아군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장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방어선 일부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장 감시 단체 딥스테이트 분석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군은 최근 3일간 도네츠크 전선에서 약 10마일(16㎞) 가량 빠르게 전진해 동부 요충지 포크로우스크를 3면으로 포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포크로우스크 일대에만 최소 11만명의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군 규모에 대해 “유럽 중형 국가를 점령할 수 있는 병력”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은 15일 미러 정상회담 전까지 도네츠크 전선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크로우스크 일대의 러시아군이 11일 하루 동안 500명이 사망하고 500명이 부상을 입는 큰 피해를 입고도 개인화기로만 무장한 보병 부대를 계속 밀어넣고 있다고 12일 주장했다.
핀란드 군사 전문가 파시 파로이넨은 12일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막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24~48시간에 달렸다”고 봤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군사적 우세를 부각함으로써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확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동시에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서 철수할 경우 휴전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루한스크는 이미 점령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지키고 있는 도네츠크 약 9만㎢를 넘기라는 요구다.
철군 요구를 거부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필사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크렘린의 돈바스 공격은 미국 언론에 ‘러시아가 전진하고 우크라이나가 패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현 전선에 입각한 평화협상’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서방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현 전선’을 최대한 전진시켜 둬야 유리한 협상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는 드론·미사일 공습은 크게 축소했다.
NYT가 우크라이나 공군 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는 7월 일일 평균 201대의 드론을 발사해 전쟁 발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8월 들어서는 일일 78대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까지 드론·미사일 화력이 집중됐던 수도 키이우에도 이달 들어서는 별다른 공습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견한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특사가 지난달 이틀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도 러시아 공습은 없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켈로그 특사 방문 덕분에 공습이 멈췄다는 취지로 ‘켈로그 방패’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우크라이나프리즘의 올렉산드르 크라예프는 “러시아인들은 트럼프의 마음을 읽는 법을 매우 잘 안다. 드론 공격이 감소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다.
<K-News 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