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반 동안 이어진 가운데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 하에 개전 이후 첫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전쟁이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만났다.
이날 회담은 ‘외교 참사’로 기록된 지난 2월 회담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소의 군복 차림 대신 정장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백악관에 마련된 회담을 이어갔다.
회동에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알렉산드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참석했다.
다음은 이번 회담에 관한 5가지 주요 시사점이다.
미 정치 매체 더힐은 이번 회담은 비교적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갈 길은 멀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고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렵지만 평화 협정 달성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빨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뤼터 사무총장은 평화 전망에 대해 “흥분된다”고 표현했고, 스타머 총리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결과물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더힐은 유럽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제5조와 유사한 형태의 안전 보장을 시사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명확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나토 제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방위 조약이다.
반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3자 회담에서 영토 교환에 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화를 위해 얼마만큼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유럽 정상들 젤렌스키 지원 사격에 성공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 유럽 정상들이 대거 동석해 주목을 받았다. 7명의 유럽 정상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도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사실상 1대 8 회담을 하는 형국이었다.
그들은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회동에 임했고 목적을 달성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월 겪었던 ‘굴욕’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었고, 우크라이나 이익을 더 폭넓게 방어하는 것이었다.
유럽 정상들은 언론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대륙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나 메르츠 총리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멜로니 총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다”는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회동 전 ‘사전 전략회의’를 하며 대책을 세웠다.
‘임시 휴전’ vs “평화 협정 체결’ 논쟁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에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신속히 휴전에 합의하고, 이를 통해 포괄적인 평화 회담 발판을 마련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앵커리지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조치 없이 완전한 합의로 나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휴전보다 이 프레임워크를 선호하는 이유는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크렘린궁은 임시 휴전이 그들의 기세를 꺾고, 우크라이나에 재편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끝내는 최선은 방안은 ‘휴전’이 아닌 ‘평화협정 체결’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즉각적인 휴전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휴전 없이 다음 단계인 평화 협정으로 넘어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르츠 총리는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주장에 크게 호응하지 않았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이용할 수 있는 분열이라고 더힐은 전했다.
푸틴 신뢰할 수 있나
유럽인들은 푸틴 대통령이 진정으로 종전을 원하는지 의심하고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이 보여주듯 푸틴 대통령은 ‘팽창주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 회동에서 푸틴이 진정으로 평화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며 그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힐은 시간이 지나면 푸틴 대통령 발언이 진심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3자 회담 위험 부담 커
18일 백악관 회동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멘텀이 마련됐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자 회담을 통해 종전을 끌어내려고 한다.
3자 회담은 평화 협상의 승패를 결정짓는 순간이 될 것이다.
3자 회담에서 종전이 발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딜메이커’ 명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너무 순진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