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에서 학교에 다니던 한 아이가 홍역에 감염된 지 수년 만에 희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LA 보건국은 11일 이 소식을 전하며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보건국에 따르면 이 아이는 첫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백신 접종 대상이 되기 전인 영아 시절에 홍역에 걸렸다. 첫 번째 접종은 생후 12~15개월에, 두 번째는 4~6세에 맞아야 한다.
아이는 당시 회복했지만, 수년 후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희귀 뇌질환인 아급성 경화성 전뇌염(SSPE)에 걸렸다. 이 질환은 보통 홍역 초기 감염 후 2~10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다.
LA 카운티 보건 책임자인 문투 데이비스 박사는 성명에서 “이 사례는 홍역이 얼마나 위험한 질병인지, 특히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프게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예방접종은 단지 자신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가족, 이웃, 그리고 특히 예방접종을 받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홍역 환자 1만 명 중 약 1명이 SSPE를 겪으며, 영아 때 감염된 경우 위험도는 약 600명 중 1명 정도로 높다고 보건국은 전했다.
이 질환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발작을 일으키거나 걷지 못하게 되고 혼수상태나 식물인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알려진 치료법이나 완치는 없으며, 대부분 진단 후 1~3년 내에 사망한다.
미국 전역에서 최근 몇 년간 홍역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고 있다.
2023-24 학년도에는 미국 유치원생 중 93% 미만만이 권장되는 두 번의 백신을 접종했는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보통 95% 이상의 접종률이 필요하다.
올해는 2000년 미국에서 홍역이 근절된 이후 최악의 발병 사태를 기록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1,454건의 홍역 사례가 보고되어 2019년 정통파 유대인 공동체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아 발생한 기록을 넘어섰다.
이번 발병 사례 중 상당수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텍사스 서부의 멘노나이트 공동체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는 올해 초 백신을 맞지 않은 두 명의 어린이와 뉴멕시코에서 백신 미접종 성인 1명이 홍역으로 사망해 10년 만에 미국 내 첫 홍역 사망자가 나왔다.
텍사스 보건국은 8월 중순에 서부 텍사스 발병 사태가 종료되었다고 선언했으며, 이후 미국 내 주간 신규 환자 수는 대체로 감소 추세다. 그러나 유타 고등학교 행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발병이 계속돼 백신 미접종자에게 홍역이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MMR 백신 2회 접종은 홍역에 대해 97%의 예방 효과가 있으며, 보통 평생 면역을 제공한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올해 홍역 통제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의 잘못된 정보 유포를 지적한다. 케네디 장관은 MMR 백신 접종을 권장하면서도, 백신 면역력이 빨리 사라진다고 잘못 주장하거나 예방접종을 개인 선택 문제로 치부하며,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같은 검증되지 않은 홍역 치료법을 강조해 왔다.
또한 케네디 장관은 텍사스 발병 당시 비타민 A의 역할을 과장했는데, 비타민 A는 홍역 치료제가 아니며 개발도상국처럼 비타민 A 결핍이 흔한 환경이 아닌 곳에서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불분명하다. 오히려 과다 복용 시 해로울 수 있는데, 올해 초 텍사스 서부의 일부 백신 미접종 환자들이 과도한 비타민 A 섭취로 간 손상 징후를 보인 바 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