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 체제’는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오늘부터 12일간 英 COP26 개막
“기후변화에 맞서는 싸움에 중대한 순간이 왔다”
기후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6)가 3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막을 올린다.
UNFCCC 당사국 총회는 기후협약에 가입한 197개국의 연례 회의다. 1995년 처음 열린 이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COP26에 임하는 세계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12일간 열리는 이 회의의 성공 여부에 앞으로 ‘신기후 체제’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COP26이 ‘유례없는 긴급성’ 속에 열린다고 입을 모은다.
◆ 선진국·개도국 아우르는 기후협력 시작…탄소중립 속도
COP26은 올해 신기후 체제 출범 이래 처음 열리는 기후 총회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발 이후로도 첫 회의다. 26차 회의는 본래 작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1년 미뤄졌다.
신기후 체제는 2020년 교토의정서 만료에 따라 파리 기후협약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 새롭게 닻을 올린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이다. 파리 협약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기존 교토의정서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진행된 3차 총회(COP3)에서 채택되고 2005년 발효됐다. 교토 체제는 38개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과 비교해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는 합의가 골자다.
On climate, the world will succeed, or fail, as one.
Now is the time for real action.#COP26 begins today. We must make it count.#TogetherForOurPlanet
— COP26 (@COP26) October 31, 2021
그러나 주요 배출국인 미국이 불참한 데다 여러 선진국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인도 등 배출량이 많은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를 지지 않은 점도 한계였다.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의 단점을 보완해 기후 위기에 대한 전 세계적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에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해 제출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를 통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하로 제한하고 한 발 더 나아가서는 1.5도까지도 억제를 노력하자는 게 파리협약의 목표다.
또 5년마다 각국이 마련한 NDC가 파리협약 이행에 걸맞는지 검토하고 목표를 업데이트한다. 올해 COP26가 바로 5년만에 감축 목표를 점검하고 보다 야심찬 계획을 약속하는 자리다.
COP26는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각국에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탄소 순배출 0) 달성 및 이와 연계한 2030년 기준 감축 목표를 새로 요청하고 있다.
◆ “이대론 위험” 공감대…코로나19로 협력·지속가능성 주목
국제사회 전반에 기후 위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조성된 만큼 COP26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파리협약을 탈퇴했던 미국은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협약에 복귀하고 저탄소 경제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 1, 2위 탄소배출국이다.
세계 각국은 석탄·석유·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태양광·풍력·수력·수소 등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숲을 조성할 방안을 앞다퉈 모색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 14개국은 탄소중립 실현을 법으로 명시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됐다는 점은 COP26에 호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인간의 행동이 주요 원인이며 전 세계적 경제 손상을 미친다는 면에서 닮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폭넓은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팬데믹을 억누를 수 있듯 기후변화도 모든 탄소 배출국의 행동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코로나19와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성장 전략 수립과 위기에 대한 회복력 확충이 사회경제 전반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유엔은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을 재생 에너지 투자, 친환경 건물과 교통수단 확대 등의 기후변화 억제 정책을 촉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기후변화 책임·규칙 놓고 니탓내탓…그린플레이션 경계
기후변화 대응은 각국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라 COP26 역시 말뿐인 자리가 될 거란 우려도 높다. 의장국인 영국의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파리협약이 합의의 틀을 세웠지만 구체적인 규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회의가 실패할까봐 매우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회원국 간 이견으로도 시끄럽다. 탄소 배출량 1위인 중국과 러시아(4위)는 탄소중립을 약속하긴 했지만 일정을 2060년까지로 잡았다. 다른 주요국들이 제시한 시간표인 2050년보다 10년 늦다.
인도(3위)는 기후변화의 책임은 지금 배출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누적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들에 있다고 주장했다.
"Climate change is caused by the rich and the people who will suffer are the poor. And that is a moral issue" – @SaleemulHuq.
The climate crisis is a crisis of injustice. A fair future is one where those suffering are prioritised. At @COP26, we need #ClimateJusticeNow. pic.twitter.com/K5ijhyRC3b
— Environmental Justice Foundation (@ejfoundation) October 31, 2021
일본과 호주, 사우디 아라비아, 브라질 등이 유엔 기후 보고서가 화석 연료로부터의 신속한 전환 필요성을 축소하도록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BBC가 보도했다.
아프리카 개도국들은 선진국과는 엄연히 여건이 다른 데 원치 않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희생양이 될 것을 경계한다.
‘그린플레이션’ 현상도 COP26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녹색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공급은 주는데 친환경 에너지는 아직 충분하지 않고 이 와중에 수요는 급증하니 물가가 오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녹색 전환을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그 비용은 더 비싸지는 ‘역설’이 심화하고 있다며 균형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