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면역학자 프레드 램즈델(65) 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나, 미국 몬태나주 산속에서 하이킹 중이던 탓에 수상 소식을 뒤늦게 접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7일(현지 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램즈델 박사는 아내 로라 오닐,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3주 일정의 하이킹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었다. 장소는 몬태나주의 깊은 산악 지대로, 곰이 서식하는 야생 지역이었다.
당시 그의 휴대전화는 ‘비행 모드’로 설정돼 있었으며, 통신 신호도 닿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오닐이 갑작스럽게 비명을 질렀고, 램즈델은 곰이라도 나타난 줄 알고 놀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외친 말은 뜻밖이었다. “당신 노벨상 받았어!”
그는 “처음엔 믿지 않았다. ‘나는 아닌데’라고 말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닐은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축하 메시지가 200통이나 왔다”고 했다.
두 사람은 급히 산을 내려와 몬태나 남부 소도시로 이동했고, 그제야 휴대전화 신호가 잡혔다. 램즈델은 “그때가 오후 3시쯤이었는데, 스웨덴은 새벽 1시여서 노벨위원회는 이미 잠든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수상 발표 20시간이 지나서야 위원회와 연락이 닿았으며, 공동 수상자들과도 늦게나마 인사를 나눴다.
토머스 페를만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2016년 이후 가장 연락이 어려운 수상자였다”고 평가하며 “다행히 그는 무사했고, 매우 기뻐하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의 소속 기관인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측은 “그는 문자 그대로 ‘오프 더 그리드(Off the grid)’ 상태에서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소 공동 창립자인 제프리 블루스톤은 “연락이 안 돼 혹시 배낭여행 중인 건 아닐까 추측했었다”고 말했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은 램즈델 박사를 비롯해 사카구치 시몬(일본 오사카대), 메리 브런코(미국 시스템생물학연구소)에게 공동 수여됐다. 세 사람은 면역세포인 T세포 기능 및 자가면역 반응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기초 연구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상자들은 총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원)의 상금을 나눠 갖게 된다.
램즈델은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런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며 “내 친구들이 장난을 좋아하긴 해도, 문자 200통을 조직적으로 보낼 정도는 아니다”라고 웃었다.
한편 노벨상 수상 통보가 ‘우여곡절’을 겪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는 수상 소식을 처음 듣고 사기라고 의심했고, 2020년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밀그럼은 휴대전화를 꺼놓은 탓에 공동 수상자인 밥 윌슨이 파자마 차림으로 직접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눌러야 했던 해프닝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