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 LA 팰리세이즈와 말리부 해안을 잿더미로 만든 초대형 산불이 인재(人災)였던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피의자가 불을 지른 뒤 챗GPT에 “담배 때문에 불이 붙었을 경우 그게 내 잘못인가”라고 질문했던 정황이 공소장에 드러났다.
ABC뉴스에 따르면 연방 검찰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29세 조너선 린더크네흐트를 ‘방화에 의한 재산파괴’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는 본보가 앞서 보도한 ‘팰리세이즈 방화 용의자 체포’ 사건의 후속 내용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린더크네흐트는 지난 1월1일 우버 운전 중 손님을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내려준 뒤 등산로 인근으로 향해 종이류에 불을 붙였다. 당시 차량에 동승했던 손님 두 명은 “그가 몹시 흥분하고 화가 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불을 지른 뒤 스스로 신고 전화를 했지만, 이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불길을 진압하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황당한 점은 그가 범행 이후 챗GPT를 이용해 자신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 묻는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목을 두고 “피의자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이후 법적 책임을 모면할 방안을 미리 탐색하려 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당국은 린더크네흐트가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방화를 상상하고 준비해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장에는 그가 2024년 7월 챗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한 장이 증거로 포함되어 있는데, 그 그림에는 ‘불타는 숲에서 사람들이 도망치는 장면’이 묘사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그 이미지와 대화 기록을 보면 그가 몇 달 전부터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쳤는지 엿볼 수 있다”며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계획된 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은 팰리세이즈 화재로 약 2만3천 에이커의 산림이 불타고 7천여 채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당시 3주 이상 이어진 화재로 말리부 해안과 팰리세이즈 일대 주민 수천 명이 대피해야 했다.
연방 검찰은 린더크네흐트에게 추가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20년의 연방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