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수십만 명의 물류창고 근로자와 수많은 계약직 운전기사를 고용하며 미국의 노동 환경을 바꿔온 아마존이 이제는 ‘인력 감축을 통한 자동화 전환’에 본격 나선다.
21일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아마존 내부 전략 문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내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또 2027년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신규 채용 예정이던 약 16만 명의 인력을 고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로써 제품 하나를 포장·배송할 때마다 약 3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아마존은 ‘초고속 배송’을 위한 첨단 물류센터를 확충하며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차세대 창고 모델을 실험 중이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아마존 로봇 개발팀의 최종 목표는 전체 물류 운영의 75%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해당 문서는 일부 부서의 초안일 뿐 회사 전체의 고용 전략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올해 연말 시즌에만 25만 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가운데 상시직이 얼마나 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미국 전역의 블루칼라 일자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흑인과 소수계 노동자들에게 불균형한 타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아마존 물류센터의 흑인 근로자 비중은 미국 전체 평균의 약 세 배에 달한다.
MIT 경제학자이자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시모글루 교수는 “아마존만큼 자동화를 절실하게 추진한 기업은 없다”며 “한 번 수익성이 있는 자동화 모델이 확립되면, 다른 대기업들도 곧 이를 따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아마존은 ‘일자리 창출 기업’에서 ‘일자리 축소 기업’으로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아마존의 자동화 부서에는 3000명 이상의 기술자·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회사 전반의 로봇 운영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로봇 개발팀은 2025년 전략 보고서에서 “채용 곡선을 평탄화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며 “향후 10년간 고용 증가 없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100만 대의 로봇을 운용 중이다. 회사는 “로봇을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기술직이 미래의 일자리가 될 것”이라며 직원들의 공학 및 로봇 운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