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 전쟁으로 미국의 군수 기업들이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자 전쟁 2년 사이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전례 없는 무기 공급망이 구축됐으며 보잉, 노스럽 그루먼, 캐터필러 등 미국 대기업들이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대 이스라엘 무기 판매가 지난 2023년 10월 이후 급증했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 정부는 320억 달러(약 47조1584억 원) 이상의 무기, 탄약 및 기타 군사 장비 판매를 승인했다.
지원 비용의 대부분은 미국 납세자들이 부담했다. 이스라엘은 통상 매년 33억 달러(약 4조8632억 원)의 군사 원조를 받지만 지난해 원조는 68억 달러(약 10조218억 원)에 달했다. 이 수치에는 현금 지원이 아닌 형태의 원조는 포함되지 않는다.
가자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이란과 예멘, 레바논 등지의 무장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다. 또 미 정부가 승인한 방산 계약들은 보통 수년 전부터 계획되는 경우가 많다.
가자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 매출이 가장 큰 기업은 보잉이다. 미국은 지난해 보잉의 F-15 전폭기 188억 달러(약 27조7037억 원) 상대의 판매를 승인했다. 전폭기 인도는 2029년부터 시작된다.
보잉은 올해에도 여러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유도 폭탄과 관련 부품 79억 달러 어치의 판매를 승인받았다. 이는 2018년 이스라엘이 보잉과 10년에 걸쳐 100억 달러 규모의 구매를 약속했던 금액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보잉이 현재 보유한 740억 달러 주문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전투기 예비 부품을 공급하는 노스럽 그루먼, 고정밀 미사일을 제공하는 록히드 마틴, 그리고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전차용120mm 포탄을 생산하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도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워싱턴이 승인한 방산 계약 중 가장 비중이 큰 계약이 전투기와 항공 유도폭탄이다. 가자 전쟁에서 공습의 비중이 매우 컸음을 반영한다. 지상 작전과 관련된 계약-불도저, 전차 포탄, 병력 및 전차 운반 차량-은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규모에 머물고 있다.
이스라엘의 에이탄 장갑차는 미 오시코시(Oshkosh) 사의 차체와 롤스로이스 미국 지사의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잔해를 치우고 주택 및 기타 건물을 파괴하는 데 쓰인 캐터필러의 D9 장갑 불도저도 가자에서 자주 목격된다.
일부 기업들은 이스라엘 군에 무기를 판매한 일로 투자자와 직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 투자펀드 3곳이 가자 전쟁에 무기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오시코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캐터필러, 티센크루프의 지분을 매각했다.
지난달 1일에는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으로 운용자산이 4000억 달러(약 590조 원)가 넘는 ABP가 가자 전쟁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들며 캐터필러 지분 3억8700만 유로 상당을 처분했다.
지난 8월에는 독일이 가자지구 내 사용될 이스라엘 무기 수출 승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원들의 항의에 대응해 이스라엘 국방부에 대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피터 틸이 공동 설립한 AI 기업 팔란티어는 지난해 1월 이스라엘 국방부와 협력 계약을 맺었다.
미국 기업들은 전쟁으로 촉발된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돈을 벌었다.
국무부는 지난 6월에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에 3000만 달러(약 443억 원)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 재단은 트럼프의 전 고문 존니 무어가 이끌고 있으며, 원조 배포를 감독하고 있다. 재단은 미국 경비회사 세이프 리치 솔루션스(Safe Reach Solutions), UG 솔루션스(UG Solutions)를 고용해 구호 현장 경비를 맡기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관련 미국의 방위 예산 확대-특히 탄약 구매-로부터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미사일 부문 매출이 지난해 13% 증가한 127억 달러(약 18조7325억 원)에 달했다.
장갑차 제조업체 오시코시는, 이스라엘의 전술 차량 주문이 지난해 종료될 예정이던 생산 라인의 수명을 연장시켰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는, 미국 지사를 통해 이스라엘에 급유 트레일러를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분쟁으로 인해 올해 국제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으며 의회에 이스라엘에 약 6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중 보잉의 아파치 헬리콥터 구입비용이 38억 달러다. 이스라엘이 보유한 아파치 헬기를 2배로 늘릴 수 있는 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