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가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 4월 이후 최고 수준인 1467.7원에 마감했다. 장중 1475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업무 정지) 해제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 완화와 차익 실현 매물에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전일보다 2.0원 오른 1467.7원에 마감했다. 이는 미·중 갈등 격화 당시였던 지난 4월 10일(147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장중 한때 1475.4원까지 치솟으며 1470원 중반까지 돌파하기도 했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인터뷰를 통해 “과도한 변동성 발생 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하루 만에 환율은 다시 급등세를 탔다. 외환당국의 경고에도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환율은 일본발 엔화 약세와 맞물린 달러 수요 확대, 그리고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후 엔화 약세 기대가 커지며 원화 역시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투자 수요는 환율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 올해 1~8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액은 886억5000만 달러로,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205억3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다. 연간 200억 달러 대미 투자 우려에 당국의 개입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인식도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미국 셧다운 종료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일부 진정됐다. 우리 시각 오후 1시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하원을 통과한 임시예산안에 서명하며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을 공식 종료시켰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단기적인 원화 약세 기대가 누적되고 있다”며 “다음 상단 구간은 과거 계엄 시기 고점이었던 1480원 수준으로, 주요국 통화 약세 대비 원화의 추가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1500원까지의 상승을 점치고 있으나, 달러인덱스가 추가 상승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1480원대 진입 시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나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 가능성도 있어 환율의 급등세는 제약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셧다운 종료 소식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 원 가까이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24포인트(0.49%) 오른 4170.63에, 코스닥은 11.86포인트(1.31%) 오른 918.37에 각각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