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한국 방문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SFO)으로 입국하던 중 체포됐던 텍사스 A&M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 김태흥(Tae Heung “Will” Kim, 40)씨가 3개월 만에 석방됐다.
15일 ICE는 텍사스주 레이먼드빌의 엘 발레 이민구치소에서 김씨를 석방했다.
김씨는 지난 7월 가족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뒤 샌프란시스코공항으로 입국하던 중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납치하듯 체포됐다.
CBP는 이후 김씨를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넘겼고, ICE는 그를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 다시 텍사스로 이동시키며 불필요한 구금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구치소에 갇혀 있었다.
ICE는 김씨가 2011년 텍사스에서 적발됐던 ‘소량 마리화나 소지’ 사건을 근거로 3개월간 구금을 이어왔다. 문제는 이 전과가 이미 10년도 전에 종결된 경범죄(misdemeanor)일 뿐 아니라, 지역 검사와 법원의 승인 아래 사회봉사 명령 이행 후 공식적으로 기각·삭제(expungement)된 기록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경미한 사건은 일반적으로 이민 절차에서 추방 사유가 되지 않으며, 수년 동안 면제 절차(waiver)나 복권 절차를 통해 문제 없이 처리돼 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기각·삭제(expunged)된 기록을 다시 추방 사유로 사용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조치이며, 과거 법무부가 명확히 금지한 전례도 있다.
이민 변호사들은 ICE가 이번 사례에서 “법적 효력을 상실한 기록을 억지로 되살려 구금 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3개월간 구금된 기간 동안 변호사 접근권이 보장받지 못했다.
CBP는 그를 반복적으로 이동시키며 햇빛을 차단한 공간에 머물게 하고, 불을 밤새 켜둔 상태에서 취침을 강요하는 등 비인권적 대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의자를 모아 임시 침대를 만들었으며, 해가 완전히 진 뒤에서야 창가에 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이민법원 심리에서 국토안보부(DHS)는 김씨 체포와 장기 구금을 정당화할 문서를 끝내 제출하지 못했고, 재판부는 사건을 기각했다. DHS가 항소 기한을 넘겼음에도 ICE는 김씨를 추가로 사흘 이상 더 구금해 논란을 키웠다. 결국 ICE는 11월 15일 텍사스 레이먼드빌의 엘 발레 이민구치소에서 김씨를 석방했다.

한인 권익단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는 이날 김씨 석방을 환영하면서도 CBP와 ICE의 전면적인 절차 무시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미교협은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며, 김씨는 모든 단계에서 기본적 권리가 무시됐다”고 밝혔다.
미교협 베키 벨코어 공동 사무총장 베키 벨코어는 “민영 구치소 시스템은 더 많은 체포와 더 긴 구금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는 구조”라며 “이민자는 가족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채워야 할 침대, 즉 수익 창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교협은 김씨 가족이 핫라인(1-844-500-3222)으로 도움을 요청한 직후 전국적 캠페인을 조직해 140건 이상의 전화, 2000건 넘는 청원, 120건 이상의 이메일이 연방의원과 주요 공직자들에게 전달됐고, 미교협은 총 8개의 의원실과 면담했다.
지난 8월에는 한국 대통령과의 동포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미교협 한영운 조직국장은 “전국 곳곳의 집단 행동이 김씨 석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김씨는 학업과 가족, 반려견 세 마리(페니, 로스코, 초코) 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랐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은 실제 문제인 식료품·주거·의료비 폭등을 감추는 정치적 전략임을 많은 미국인이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석방 직후 텍사스로 이동해 연구실과 캠퍼스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 공항 입국 과정에서의 절차 위반, CBP·ICE의 구금 관행, 민영교도소 구조 등 이민 시스템 전반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김상목 기자>
(3보) 영주권 한인 김태흥씨, 샌프란 공항서 애리조나 이민구치소 이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