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말로 ‘보험료 세액공제'(Enhanced Premium Tax Credits)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부터 ACA 가입자의 실제 보험료가 평균 2배 이상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ACA 시장 의존 비중이 높은 한인 자영업자와 스몰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가장 큰 재정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정책 분석기관 ‘카이저 패밀리 재단'(KFF, Kaiser Family Foundation)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보조금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내년 ACA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평균 114%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KFF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고 있는 가입자의 연간 보험료는 2025년 888달러에서 2026년 1,904달러로 증가하며 약 1,016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 ‘강화된 보조금’은 바이든 행정부가 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 상한선을 낮추고, 기존 규정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중산층에게도 보조금을 적용하도록 확대한 조치다. 그러나 이 혜택은 2025년 12월로 만료된다.
보조금이 올해 말로 만료되면 한인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인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큰 것은 이른바 ‘보조금 절벽(Subsidy Cliff)’ 때문이다. 기존 ACA에서는 연소득이 연방 빈곤선(Federal Poverty Level, FPL)의 400%를 넘으면 보조금은 단 한 푼도 지급받을 수 없다. FPL은 연방 보건복지부(HHS)가 매년 발표하는 기준 소득으로, 가족 수에 따라 달라지며 빈곤 여부 또는 각종 연방 지원 자격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 1인 가구의 FPL은 약 15,060달러이며, 소득이 이 금액의 400%를 넘으면 AC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된 ‘강화된 보조금’은 이 절벽을 없애고 400% 초과 소득자에게도 지원을 제공해 그동안 보험료 폭등으로 ACA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스몰 비즈니스 오너들에게 숨통을 틔워줬다.
그러나 올 연말로 이 보조금이 종료되면 ‘보조금 절벽’이 다시 부활해 중산층 한인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된다.
KFF의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은퇴가 가까운 55세-60세 부부가 연간 8만5,000달러, 즉 FPL의 약 500%에 해당하는 소득을 올릴 경우 강화된 보조금이 유지될 때는 연간 보험료가 약 7,20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보조금이 사라지면 동일한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연간 보험료는 약 24,000-25,000달러로 폭등한다. 보험료가 3배 이상 상승하는 셈이며, 은퇴 준비 중인 한인 가정에게는 재정 계획 자체를 흔드는 수준의 부담 증가다.
보조금 만료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험사들은 보조금 종료에 따른 가입자 이탈 증가와 리스크 상승을 예상하며 이미 2026년 ACA 기초보험료(Gross Premium)를 평균 20%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가입자들에게는 ‘보조금 소멸’과 ‘기저 보험료 인상’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KFF의 지적이다.
한편 보조금 연장 문제는 현재 의회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보조금을 영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ACA 제도 자체의 개혁을 넘어 폐지까지 주장하며 연장에 비협조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가입 기간(Open Enrollment)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도 양당 간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한인 자영업자들이 2026년 보험 플랜 선택에 앞서 반드시 보조금 종료 시나리오를 고려해 보험료 폭등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KFF 보험료 계산기 등을 활용해 실제 부담액을 미리 확인하고, 가계 예산 조정이나 비상자금 확보 등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조금의 향후 연장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한인 커뮤니티가 체감하는 불안과 부담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목 기자>



